자녀 옆에서 주부들 성폭행한 ‘발바리’ 사형 선고

여주지원 “도저히 용납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극도로 잔인하고 비열” 기사입력:2010-10-12 18:23:5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살인범이 아닌 ‘특수강도 발바리(강간범)’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H(44)씨는 1987년 10월 서울남부지법에서 강도강간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01년 4월 가석방됐다.

그럼에도 2002년 11월 H씨는 경기도 평택의 한 빌라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던 A(여)씨를 흉기로 위협해 강간한 뒤 현금 27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후 H씨는 평택, 청주, 서울, 안산, 수원, 대구, 구미, 전주 등 전국을 돌며 이웃주민이나 수도검침원을 가장해 가정집에 들어가 주부를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강간하는 등 2006년 1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및 특수강도 범행을 일삼았다.

H씨는 보통 한 달에 2~3회 범행을 저질렀는데 같은 날 2회에 걸쳐 반복 범행을 일삼기도 했으며, 심지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인면수심의 파렴치함을 보였다.

대부분의 범행은 대낮에 이웃주민으로 위장해 미리 아파트 내부의 상황을 면밀히 살핀 다음, 여자나 어린 아이만 있다고 확인되는 경우에만 범행으로 나아갔고, 게다가 마약을 투여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H씨는 금품을 빼앗고 강간한 것은 성욕을 풀기 위한 것보다는 신고를 막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30대 초중반의 주부이고 남편의 출근을 도운 뒤 혼자 집안일을 하거나 어린 자녀를 돌보고 있는 상태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피해를 당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있던 피해자들은 아이의 안위를 위협하는 H씨의 요구에 굴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H씨는 자신의 범행으로 다수의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KBS의 ‘공개수배 사건 25시’라는 프로그램에 방영되는 등 대중매체 등을 통해 전국에 얼굴이 알려지자 쌍꺼풀 수술을 하고, 얼굴에 살을 찌우는 등의 방법으로 지명수배 전단의 얼굴과는 상당히 다른 얼굴로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오락실을 운영할 당시 알고 지내던 여자를 협박해 그 여자로부터 휴대폰이나 은신처를 제공받기도 했으나 지난 4월 은신처인 광주광역시의 한 원룸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결국 H씨는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재판장 이범균 지원장)는 지난 7일 전국을 돌며 24차례에 걸쳐 가정주부를 성폭행하거나 금품을 빼앗은 H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 항소심에서 감형 등에 대비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이 24회에 걸쳐, 특히 2003년부터 2005년의 기간에 집중적으로 특수강도강간 등의 범행을 저질렀는데, 대부분 이웃 주민으로 위장해 미리 아파트 내부를 면밀하게 살펴본 다음,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 밖에 없음이 확인된 곳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금품을 빼앗고 강도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강간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공간이어야 할 가정은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와 고통의 공간으로 변해버렸고, 피해자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자신 또는 어린 자녀의 생명을 구걸하는 심정으로 피고인의 요구에 응했으며, 범행 후에도 평생 씻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더구나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어 선량하게 살아가던 사람들로서, 자신의 자녀가 바로 옆에서 혹은 집 안의 다른 곳에서 울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물건을 빼앗기고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에 겪어야 했을 정신적인 충격과 공포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 자녀들 역시 향후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될 때까지 혹은 그 이후에 자신들의 가정에 닥친 불행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우며, 그 남편의 경우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재산과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이 가지는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박탈하고, 사람이 마지막까지 의지처로 삼아야 할 가정을 파괴했거나 그와 동등한 정도의 심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들로 인해 피해자의 생명이 박탈되거나 중상해를 입는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들은 우리 사회가 도저히 용납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극도로 잔인하고 비열한 것으로서,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는 살인죄 등 사형이 허용되는 다른 범죄들보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피고인은 비슷한 수법으로 특수강도강간죄 등의 범행을 저질러 이미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은 집행을 마쳤음에도, 출소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특수강도강간 등의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는데, 그 범행 수법이 더욱 교활하고 대담해졌고, 범행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기분이 내킬 때마다 지속적으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범행을 저질렀다”고 꾸짖었다.

또 “게다가 지명수배되자 얼굴의 골격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피생활을 지속하면서 그 와중에도 절도미수 등의 범행을 저질러 이러한 피고인에게 과연 일말이라도 교화 및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는지 법원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하기는 했으나 이는 이미 유전자검사 결과 등 범행을 증명할 객관적인 자료가 모두 현출된 상황임을 안 뒤의 것으로 보이고, 자신이 행한 범행의 심각한 악성 및 피해자들이 이미 겪었고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범행을 저질렀으니 이제는 수형생활을 하면된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피고인의 부정적 성격 특징 및 높은 재범의 위험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앞으로도 교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출소 후 단기간 내에 재범에 이른 점이나 범행수법이 점차 교활하고 대담해지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습관처럼 만성화되기까지 한 점을 고려하면 사회에 복귀할 경우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를 소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 할지라도, 범행들의 악성과 피해의 정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사회보호 및 잠재적인 범죄자에 대한 경고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을 영원히 우리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극형의 선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사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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