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출범 후 22년 동안 국회의 ‘날치기’ 의안 통과에 단 한 번도 제동을 건 적이 없어 정치권력 앞에서 무기력, 눈치보기, 시류에 영합하는 판결 등으로 헌재 스스로 헌법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비례)은 4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8년 헌재 설립 이후 지금까지 헌재에 청구된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사건은 모두 17건이며, 이 중 날치기 의안 통과와 관련된 사건은 8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그동안 국회에서 있었던 날치와 관련해 헌재는 단 1건도 가결선포에 대해 무효 판결을 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자율권 존중이란 미명 하에 사실상 날치기를 용인하는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날치기에 대해 여야를 떠나 헌재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판단만 하면 되는데, YS정권부터 MB정권까지 총 8건의 날치기 판결 중 권한침해를 인정한 것은 2건인데 그것마저도 가결선포를 무효로 볼만큼 중대한 하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해 결국 헌재 스스로가 정치권력을 의식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대표적 사례로 헌법재판소가 1995년 2월23일, 90년 3당 합당 이후 발생한 ‘날치기 법률안’에 대해 1기 재판부에서 판단을 하지 않고 2기 재판부로 넘겨가며 4년을 끌어오다 “국회의원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한 것을 꼽았다.
또 이 의원은 2000년 7월 국회 운영위원회가 당시 민주당이 공동정권이던 자민련을 위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해 문제 제기됐던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다뤘던 헌법재판소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으로 ‘권한침해는 물론,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를 위반했다’는 무효판결 결정문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선고기일까지 지정했으면서도 ‘청구인이 취하했다’는 이유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며 “헌재가 집권당과 대통령을 너무 의식한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애매모호한 판단을 지적하려는 듯 “헌재 스스로 법안 통과 과정에는 문제가 있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모순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헌재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거나 사실상 용인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경우로 노태우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선언에 대한 위헌 확인 사건을 꼽았다. 헌법재판소는 2년2개월이나 이 사건처리를 지연시키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이 의원은 이밖에 위헌적인 국무총리서리와 감사원장서리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각하 결정,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기각, 국회의 비준 동의권 침해 사건 각하 결정 등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22년간의 헌재 판결을 보면 헌재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보다는 ‘정치의 사법화’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헌재가 고유의 권한을 충실히 수행하기 보다는 스스로 정치권력화 됐고, 또 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머뭇거리거나 정치권력을 의식한 결정 연기, 논란을 피해하기 위해 결정을 지연시키는 모습이 나타나는 게 헌재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 위법을 헌법으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결정을 회피한다면 헌재는 존립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헌재는 이제부터라도 기본권 보장과 헌법질서 수호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헌재, 국회 ‘날치기’ 법안 한 번도 제동 안 걸어”
이은재 의원 “정치권력 앞에서 무기력한 헌재 스스로 헌법정신 훼손” 기사입력:2010-10-04 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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