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중재산 남녀 성별 따른 차등 분배는 무효”

“남녀 종원 사이의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어” 기사입력:2010-10-04 10:43:54
[로이슈=신종철 기자] 종중재산을 단순히 남녀 성별에 따라 차등 분배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봉 김씨 계동공파 종중은 2005년 6월 서울 은평구 뉴타운지구 내 종중 소유의 땅이 SH공사에 수용되면서 137억 4877만 원의 수용보상금을 받았다.

종중은 2005년 10월 총회를 열어 보상금 중 50억 원은 독립세대주에게 지급하고, 20세 이상 비세대주와 20세 이상의 딸(여성 종중원)들에게 40억 원을 나눠주기로 하고 구체적 분배 방식은 이사회에 위임키로 의결했다.

이후 이사회는 이런 내용의 수용보상금 분배안을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하고 20세 이상 남성 세대주에게는 3800만 원, 20세 이상 비세대주와 출가외인(여성 종중원)에게는 1500만 원씩을 지급했다.

아울러 미망인과 배우자, 종중 발전 기여자, 장애우, 취학 미성년자에게 700만 원, 미취학 미성년자에게 400만 원을 분배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종중원의 대부분은 위 분배안에 따라 수령했으나, 김OO(61,여)씨 등 여성 종중원 27명은 “보상금을 차등 분배하기로 한 총회결의는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종중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이상, 또한 출가한 여성 종중원들을 차별해 평등권을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배당된 1500만 원의 수령을 거부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재협 부장판사)는 2006년 11월 김씨 등 여성종중원들이 종중을 상대로 낸 분배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다만 분배금을 수령하지 못한 여성종중원들에게 분배 결의에 따라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세대주인 남성종중원에게는 3800만 원을 지급하고, 출가한 여성종중원에게는 세대주인 경우에도 1500만 원을 지급한 것은 외견상 불합리한 기혼 여성 차별이라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이고,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총회결의가 사적자치 원칙의 한계를 넘었다거나, 법률상 현저하게 불공정해 무효라고까지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여성종중원들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6민사부(재판장 강형주 부장판사)는 2007년 7월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서 패소하자 일부 여성종중원들이 분배금을 수령해 항소심에서는 원고가 19명으로 줄었다.

이후 우봉 김씨 계동공파 여성종중원 김씨 등 3명이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총회결의가 무효라며 낸 분배금 청구소송 상고심(2007다74755)에서 “분배금의 차등이 남녀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둔 것에 불과해 합리적 근거가 없어 이사회 결의는 현저하게 불공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자 종원의 경우는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주민등록표상 세대주이면 1인 세대주라도 비세대주 종원에 비해 많은 금액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여자 종원의 경우에는 세대주 종원이 아닌 비세대주 종원으로서만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남녀 종원 사이의 성별에 따라 차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성 종중원의 청구 내용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이 사건 총회결의를 보면, 분배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들로 구성되는 종중의 성격 및 종중의 자율성에 비추어, 성년이 되지 않아 종원은 아니지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미성년의 후손들에게도 재산을 분배하기로 하는 것은 그 분배금액이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허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 후손들이 100여 명에 이르고 이들 대부분이 세대주의 세대원으로 편입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총회결의가 적은 인원수의 독립세대주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분배했다고 해서 총회결의가 곧바로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여자 종원의 자녀들로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이 다른 자녀들에게는 종중재산이 분배되지 않아 자녀를 둔 남녀 종원 사이에 분배금액에서 차등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종원의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재산분배를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를 종합한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분배금의 차등이 남녀 종원 사이의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둔 것에 불과해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이사회 결의는 현저하게 불공정해 무효이지만, 이사회 결의는 총회결의와 별개의 결의”라며 “원고들은 총회결의에 대해서만 무효확인을 구하고 있는 만큼 무효확인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여성종중원들이 이사회결의를 문제 삼았다면 결론이 달라 질 수 있는 사안으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김씨 등은 이사회 결의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소송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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