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소리쳐 장례식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 ◈ 사건 개요 = 백 의원은 지난해 5월29일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개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하려 나가는 순간 헌화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크게 소리쳤다.
백 의원은 청와대 경호원들의 의해 입이 막힌 채로 끌려 나가며 제지를 받았고, 이 장면은 TV생중계 됐다. 영결식 사회자는 “경건한 영결식을 위해 자중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취지로 2~3차례 장내 정리 발언을 했다.
검찰은 “헌화 절차의 원만한 진행을 저해함으로써 영결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줘 국민장 장의위원회가 주관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방해했다”며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로 인해 “상주를 장례식 방해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백 의원도 검찰에 반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오래 모신 비서관 출신으로 ‘상주’ 역할을 했는데, 상주가 장례식을 방해했다는 건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실제로 백 의원은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비서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행정관을 거쳐 2004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됐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당시 장의위원으로 서울역 분향소 책임자였다.
백 의원의 변호인단으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참여했는데, 변호인단은 “백 의원은 사실상 상주이자, 장의위원이므로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1심, 벌금 100만원 =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숙연 판사는 지난 6월10일 장례식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의원에게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 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영결식은 장례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식이며, 당시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및 3부요인과 장의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돌연 피고인이 영결식장 앞으로 돌진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고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영결식이 일부 지연되고 소란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유족 및 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만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된 장례식으로서, 그 보호법익 역시 고인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으로써 갈등의 표출 없이 평온하고 엄숙한 상태에서 치러지기를 소망하는 국민 전체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 내지 공공의 평온”이라며 “따라서 국민의 추모 감정 및 공공의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공인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었던 점, 영결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동기 및 행위방법, 피고인과 고인의 관계, 고인의 사망경위와 그로 인해 피고인이 겪었을 고통 등을 모두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무죄 =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정호 부장판사)는 1일 장례식 방해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백원우 의원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장례식 장의위원으로서 서울역 분향소의 책임자를 맡아 장례식 절차에 참여했던 점, 피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를 하려고 나올 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표출하고자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장ㆍ국민장에 관한 법률이 목적으로 하는 ‘장의의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라 함은 장례식 절차가 고인을 기리는 목적 하에 평온하게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장례식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 반드시 구체적인 절차에 참석한 사람들이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객에 따라서는 조용히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오열하거나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향해 원망하는 말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은 소리를 지르면서 헌화대를 향해 몇 발짝 걸어 나왔으나 경호원들로부터 바로 제지를 당해 영결식장 오른쪽 가장자리로 끌려 나갔다가 잠시 후 자리로 돌아와 앉아 나머지 영결식 절차에 정상적으로 참여한 점, 헌화대에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피고인이 몇 발짝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 헌화 절차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영결식 중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헌화 순서에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 나온 행위를 국가적 공식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거나, 현직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모욕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장례식방해라는 결과 발생의 염려가 있는 행위라거나 당시 피고인에게 장례식방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백 의원은 “장의위원은 장례식방해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장의위원으로 장례식 주관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장례식방해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례식 절차는 그 의식을 주관하는 상주 측과 이에 분향ㆍ조문하는 조객 측의 쌍방의 교류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양쪽 중 어느 쪽의 행위를 방해해도 장례식의 경건ㆍ평온을 해하는 것이라면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백 의원은 판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오전 ‘장례식방해죄’ 결심공판에서 원심파기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애써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노무현 영결식 방해’ 백원우 의원 항소심서 무죄 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려 할 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친 혐의 기사입력:2010-10-01 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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