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대장암을 치질로 잘못 진단해 치질 수술을 시행한 병원에게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해 피해자에게 암 조기 진단 및 치료기회 상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37)씨는 지난 2008년 4월 청주시에서 K(46)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가 심한 변비증상을 호소했고, 진료를 맡은 담당의사로부터 당일 치질 수술을 받고 퇴원한 이후 수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7회에 걸쳐 외료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8월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A씨가 변비증상을 호소하자 의사는 단순 변비로 진단하고 변비약을 처방했고, 그해 9월에는 변을 볼 때 핏덩이가 나오는 증상을 호소했으나, 의사는 별다른 검사 없이 변비로 진단하고 변비약을 처방했다.
결국 A씨는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대장 내시경검사 결과 대장암 3기말 진단을 받고 대장을 20cm 정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에 A씨는 “대장암의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의사가 대장암 가능성과 대장 내시경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대장 내시경검사를 하지 않은 채 단순 치질로 잘못 진단해 치질 수술을 하는 과실로 인해 대장암 조기 진단 및 치료 기회를 상실하고 악화된 상태의 대장암 치료를 받는 고통과 더불어 암의 재발가능성 및 암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증가된 고통을 받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지영 판사는 최근 대장암임에도 의사의 오진으로 치질 수술을 받은 A씨가 청주의 모 병원 병원장 B(46)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단3418)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에게 별다른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고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치질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 병원 의사가 원고의 증상을 보고 반드시 대장암을 의심해 대장 내시경검사를 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담당의사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치질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것에 어떤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치질은 보통 수술 후 6~8주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는데, 원고가 치질 수술 4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변비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사실, 치질 수술 전 대장암 선별을 위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 병원 의사는 적어도 수술 4개월 후 내원했을 때에는 대장암을 의심해 대장 내시경검사를 권유했어야 함에도 이를 단순 변비로 잘못 진단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9월18일 피고 병원을 재차 내원했을 때에는 배변에 출혈이 있는 증상까지 호소했고, 당시까지의 원고 증상과 치료 경과에 비춰볼 때 이는 더욱 대장암을 의심하도록 할 사정이었음에도 담당의사는 아무런 검사 없이 이를 단순 변비로 오진했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렇듯 피고 병원 의사들이 원고의 대장암을 진단하기 위해 대장 내시경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데에 과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암 치료의 조기발견 및 치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느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위자료 액수와 관련, “피고 병원 의사들이 오진의 경위와 횟수, 오진으로 인해 원고의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된 기간, 원고가 다른 병원을 방문해 대장암 진단이 가능했고, 원고의 나이와 직업 등을 고려하면 피고 병원의 의료 과실으로 인한 손해액은 1500만원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환자를 치질로 오진…“1500만원 배상해”
이지영 판사 “암 진단 위해 대장 내시경검사 시행하지 않은 과실” 기사입력:2010-09-29 14: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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