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통제 없는 아파트 통행로라도 음주단속 가능

음주측정거부 혐의, 1심 유죄→항소심 무죄→대법원 무죄 기사입력:2010-09-24 17:09:48
[로이슈=신종철 기자] 외부차량이나 외부인의 출입이 드물어 출입구에서 별도의 출입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라도, 외부 차량의 진입이 가능한 통행로라면 ‘도로’에 해당되기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P(41)씨는 2009년 9월 29일 자정 무렵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동과 동 사이 통행로에서 운전하다가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받고도 30분간이나 거부했다.

결국 P씨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음주측정거부)로 기소됐고, 1심인 청주지법 형사1단독 김희철 판사는 지난 1월 “음주운전을 했으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P씨에게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P씨는 “아파트 내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인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진현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한 장소는 고립돼 있어 외부차량이나 외부인의 출입이 드물어 출입구에서 별도의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 아파트단지의 관리 및 이용 상황 등에 비춰 보면 아파트 주민들 또는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통행로 및 주차를 위한 통로로 보이고,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장소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도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비록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불응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아파트단지 통행로에서 경찰관의 음주측정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P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6579)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을 달리 판단한 것. 아파트 경비원들도 출입차량을 통제하지 않아 외부차량의 통행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점, P씨도 아파트 주민이 아님에도 단지 내 통행로에 주차해 둔 점, 인근 초등학교 일부 교사들도 이곳에 주차했음에도 차량 진출입과 주차 등에 통제를 받지 않은 점, 단지 내에서 외부차량이 발견되더라도 주차금지 표지를 붙이는 등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와 같이 아파트 관리 및 이용 상황에 비춰 보면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현실적으로 불특정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으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가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결국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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