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저를 무고한 권력자들은 1~2년이 지나면 권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고, 이런 무지한 권력남용이 고스란히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임이 명약관화한데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국정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가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감회의 일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15일 “국가는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국가의 2억 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만약 아무런 제약 없이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 및 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자칫 언로가 봉쇄될 우려가 있으며, 국가 산하에는 실로 다양하고 많은 국가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송이 남발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위클리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은 기업의 간부 임원들까지 전부 조사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통에 많은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힘겨운 상태다. 명백한 민간사찰이자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국정원의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박원순 변호사의 블로그
◈ “불행하게도 억지와 모순, 야만과 불합리가 이 땅을 뒤덮고 있어”
판결 직후 많은 축하를 받았다는 박원순 변호사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사회혁신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많은 분들이 승소를 축하해 주셨고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셨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사실 축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참 우스꽝스런 일이어서 쑥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축하해야 할 일인지조차 헷갈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씁쓸해 했다.
이어 그는 “아직 이 정부의 억지스런 조치로 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이런저런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만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불행하게도 억지와 모순, 무지와 미망, 야만과 불합리가 이 땅을 뒤덮고 있습니다”라고 개탄했다.
박 변호사는 또 “저는 권력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 권력의 의자가 치워지면 초라하게 자연인으로 돌아갈 그 모습이 늘 보입니다. 완장을 차고 위세를 부리는 그 허구와 껍데기를 봅니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저를 무고한 권력자들은 1~2년이 지나면 권력에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무지한 권력남용이 고스란히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임이 명약관화한데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수백 명이 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 왔는데, 말도 안 되는 소송이어서 승소조차 얼떨떨합니다. 다시는 이런 억지와 모순이 이 땅에서 없기를 소망합니다”라는 말을 올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는 말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 싶습니다. 늘 진실은 이긴다고 저는 믿습니다”라며 “함께해 주신 변호사님들, 격려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유사한 소송에 휘말려 계신 많은 시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라고 덧붙였다.
◈ 박지원 “국민 이긴 정권 없어”…강금실 “축하할 일들이 생겨주니 좋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박지원 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박원순 변호사 승소! 비판 막는 권력 성공한 정권 없고 국민을 이긴 정권도 없습니다. 홧팅! 박원순”이라고 축하했고, 법무부장관 출신인 강금실 변호사도 “박원순님. 국정원 상대 승소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축하할 일들이 계속 생겨주니 좋네요”라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국정원에 승소한 박원순 “권력남용 제 발등 찍을 것”
“축하 받는 것 자체가 참 우스꽝스런 일이어서 쑥스럽고 어색해” 기사입력:2010-09-16 13: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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