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진행방식으로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처사로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법원행정처가 집권당을 향해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 반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총체적인 위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법원의 얘기는 법원과 사전에 협의해가지고 법원이 원하는 내용들이 좀 담겨졌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가지고는 국민이 바라는 법원개혁안을 제시할 수 없다”며 주저 없이 반격했다.
또 “법원 측은 사법부 개혁을 자신들이 주도해야 된다. 우리한테 맡겨 달라고 얘기하는데, 지금까지 대법원의 자체 개혁에 대해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 미흡했던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래서 범국민적인 개혁기구가 필요한데, 그게 국회 사법제도개혁 특위라고 보면 된다”고 당위성까지 스스로 부여했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양형에 있어 판사의 재량권이 줄어들고 검찰의 구형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과 그럴 경우 삼권분립에 반하는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의원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자는 전제는 독립적인 기구로 하자는 취지”라며 “현재까지 대법원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두고 한 2년 동안 운영해 왔는데, 양형기준도 너무 약하게 돼 있는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나 양형위원회를 확대 개편해야 된다. 사법부에만 둬 가지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들이 있어 그걸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형위원회가 사법부에서 떨어져 나와 행정부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독립이 아니고, 결국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저희들도 다 검토하고 판단했지만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제는 법관들이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들쭉날쭉 양형을 해왔기 때문에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이 작업들을 해온 것”이라며 “양형위원회를 꼭 사법부 안에만 둬야 삼권분립 원칙에 맞다고 볼 순 없고, 양형의 문제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기 때문에 사법부의 영역을 떠나가는 것도 헌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의 판단은 달랐다. 조 교수는 전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무죄 판단과 양형은 판사의 고유권한이고, 또한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양형위원회를 법원 소속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것은 양형권한에 대해서 행정부가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위헌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유무죄를 통제할 수 없으니까 양형을 통제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도 “사건의 심리방식과 형의 양정은 법관의 본질적 직무영역에 속한다”며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장관이 파견한 인사가 포함되는 새로운 법관인사위원회를 결성하거나,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은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한나라당이 사법을 개악해서 사법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장악하려는 음모를 즉각 중지하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