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1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춘석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과 관련해 헌재 하철용 사무처장에게 “(국회가) 심의절차를 어긴 점은 인정되지만 입법절차를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는 판결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또 “헌재는 어느 정도의 위법행위가 있어야 무효라고 판단하겠다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했고, 답변에 나선 하철용 사무처장의 발언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을 요약하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 어디에도 ‘유효’라고 한 부분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 이후 미디어법 재논의 촉구가 더욱 확산됐고, 민주당은 지난 7일 김형오 의장에게 “12월15일까지 미디어법 절차적 하자와 흠결을 치유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사회권 거부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선포했다.
이날 이춘석 의원도 김형오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2월15일까지 미디어법 논의를 재개할 것을 촉구하면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야당이 힘을 합쳐 국회의장의 사회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또 “헌재 하철용 사무처장과 이석연 법제처장은 미디어법을 유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음에도 극히 일부 사항을 부각시켜 이들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의장이야말로 헌법재판소 판결의 진의를 왜곡하고 있고, 의장은 본 의원의 발언을 공격하면서 법사위에서 질의한 부분의 일부분을 인용해 마치 본 의원이 의도적으로 헌재의 판결을 왜곡하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에서 했던 질의는 무효라고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헌재를 비판한 것인데, 국회의장이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일부분만 인용함으로써 본 의원을 마치 헌재 판결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사람으로 만들어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헌재 사무처장 말대로 헌법재판관 9인 중 3인은 국회의 자율적 해결을, 나머지 3인은 더 나아가 무효 의견을 내놓았다”며 “이는 국회가 나서서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임에도 김 의장은 아전인수격 해석과 궤변만을 늘어놓고 있는데, 과연 헌재 결정문이나 국회 속기록을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읽었다면 독해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나아가 “김 의장은 11월10일 민주당 무효언론악법폐지 투쟁위원들이 국회의장을 방문했을 때 ‘먼저 한나라당에 신문법 방송법의 재논의를 요청하고, 한나라당이 거부하면 국회의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 재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왜 의장이 미디어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지 본 의원에게 답을 구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의장은 이제 그만 궤변을 거두고 미디어법 재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국회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수장이 필요한 것이지 궤변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