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상고심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명숙 변호사는 “남녀차별금지법은 성희롱의 판단기준으로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교감의 언행이 성희롱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인 여교사가 느낀 ‘성적 굴욕감’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그런데도 서울고법은 남녀차별금지법의 명시적인 기준은 외면한 채 가해자의 의도를 중심으로 파악했고, 이 같은 잘못된 사실인정과 법리오해로 인해 여교사의 성희롱 결정을 취소한 원심은 파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지선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도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주관적으로 피해자에게 성적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일으켰는지에 대해 우선 판단해야 하고,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술따르기를 강요하는 것이 성적굴욕감을 일으킬만한 것인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며 “술따르기 강요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서울고법의 판단은 명백한 법리오해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서울고법의 판결은 여교사들에게만 술을 따르라고 2회에 걸쳐 강요하는 행위가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이한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호중 법대교수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성희롱의 개념정의가 명문으로 도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도외시한 채 이 법 시행 전에 나온 대법원 판례의 성희롱 판단기준을 인용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 사건 재판은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남녀차별금지법 상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법원은 당연히 이 사건의 술따르기 강요행위가 남녀차별금지법상의 성희롱에 해당하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서민자 상담부장은 “직장내 성희롱 판단에 있어 주요한 판단기준인 피해자관점은 현행 직장내 성희롱 관련법에서 규정돼 적용되고 있는데도 1·2심 재판부가 피해자관점을 철저히 배제하고 ‘용인될 수 있는 선량한 풍속’이라는 근거로 회식자리의 술따르기 강요를 판단한 것은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보수성과 무지를 드러낸 결과”라고 비난했다.
서 부장은 이어 “법원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에 대해 책임감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할 의무를 갖고 있고 특히 이번 회식자리 술따르기 강요의 성희롱 여부에 대한 판결은 향후 직장내 성희롱 예방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로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하고 여성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며, 직장내 성희롱 예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준과 인식을 선도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서 성평등한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술따르기 강요는 차별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해당 지위를 이용해 인격권 평등에 대한 침해를 입혔다고 보여 지며, 피해자 관점에서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이번 사건은 권위와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성희롱이고 직장에서의 남녀차별적 지위와 우리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로 인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문제이자 더 나아가 인권침해적 요소로서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