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10년 전 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규정했던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우리사회는 문화·예술적 표현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기준 역시 눈에 띄게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기준은 ‘그때 그 수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민예총은 더 나아가 “한마디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갖고 있는 예술적 표현에 대한 사회적 허용의 기준이 여전히 대중들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며 “게다가 예술계를 공공연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것도 고백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예총은 그러면서 “만일 사법부가 제대로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길 원했다면 예술계의 전문화된 미학적 감식안과 시민사회의 잠정적 합의수준에 공개적인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딱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음란성 여부를 재단해 버린 이런 행태는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예총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법부가 예술적 표현물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명제”라며 “민족예술인들은 대법원의 구태의연한 판결을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만큼 예술을 진정 예술답게 만드는 표현의 자유가 관철된 법적 결론을 내릴 때까지 모든 예술적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고 경고했다.
염 팀장은 특히 “파기환송된 만큼 대전고법의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또 다시 유죄판결이 나거나, 이번 판결로 인해 김인규 교사가 해직을 당하거나, 사적인 불이익을 받을 경우 예술인들은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도 이날 “김인규 작품에 음란성을 느끼는 대법원의 시각이 문제”라며 “예술품을 음란물로 판결한 대법원 오판에 유감”이라는 논평을 냈다.
민노당은 이어 “대법원 판결은 동시대인의 상식과는 다른 억측이자 구태의연한 윤리의식에 경도돼 예술적 표현과 수용 과정을 무시한 반문화적 판결”이라며 “김인규 교사의 작품에 음란성을 느끼는 대법원의 시각이 오히려 음란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