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편의만 키워 줄 우려 커…과학적인 수사기법 개발해야”
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 의원은 주간 ‘월요신문’과의 인터뷰(2월 27일)에서 검찰이 도입을 추진하는 유죄협상제도에 대해 “검찰의 수사편의만 키워 줄 우려가 크며 또한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도입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우 의원은 이어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을 부인하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해 자백 외에 물증을 확보하기 여의치 않은 뇌물수수나 마약거래 사건 등을 수사하기가 까다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환경 변화를 새로운 과학수사기법을 개발해 극복해야지 유죄협상제도나 면책조건부 증언취득제도를 도입해 해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양승태 신임 대법관도 지난달 22일 가진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미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며 “도입할 때 기초 사안이 얼마나 미국과 비슷하냐를 확인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 “기소권 가진 검찰이 피고인과 협상 권한까지 확보하면 재량권 과도하게 확대될 것”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도 플리바게닝에 관해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1월 27일자)에서 “법은 죄를 지은 사람에게 정당한 죄 값을 치르도록 요구하는데 똑같은 범죄에 대해 어떤 사람은 중형을 받고, 어떤 사람은 유죄협상제도에 의해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면책조건부 증언제도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면 정의에 합치된다고 할 수 없다”며 “검찰의 고충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하는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특히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이 피고인과 협상할 권한까지 공식적으로 확보할 경우 검찰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이들 제도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고 있어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국민적 불신으로 인해 성공적인 정착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수사역량 강화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문조사에는 101명이 응답했으며, 이 중 38%(38명)만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도입에 찬성한 반면 반대하는 응답자는 62%(62명)나 됐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검찰과 피의자간의 ‘형량거래로 사법불신 초래’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41%(41명)로 가장 많았고, ‘검찰권 남용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19%(19명)나 됐으며, ‘형사사법 체계와 괴리’로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2%(2명)로 조사된 바 있다.
◈ 법원 ‘검찰수사 적극 협조했다’며 이례적으로 유죄협상제도 적용해 '선처' 판결
한편 유죄협상제도는 검찰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법원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마약 매매를 알선하고 투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P씨에 대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이례적으로 유죄협상제도를 적용해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1년과 변호인이 주문한 징역 8개월 보다 훨씬 가벼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이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기간 동안 검찰의 소환에 빠짐없이 응했으며, 피고인의 수사협조로 공범 6명을 검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벌금형이 적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