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했는데 왜 재판을 받았을까

교통사고 중상해의 경계 기사입력:2026-10-10 08:50:03
사진=법무법인 보인 정근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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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황성수 기자] 같은 정도의 부주의였는데 어떤 운전자는 조사만 받고 끝났고, 어떤 운전자는 법정에 섰다.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했는데 기소됐다면, 대개 그 갈림길에는 '중상해'가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 재판을 열 요건인 '소추요건'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사망사고와 도주사고, 음주측정 거부, 이른바 12대 중과실은 예외다.

중상해도 종합보험 가입으로 공소를 막는 특례에서 빠진다. 사망사고를 제외한 다른 사유는 운전자가 한 행위로 가려지지만, 중상해는 피해자에게 무엇이 남았는지로 정해진다. 이 차이가 이후 쟁점의 출발점이다.

법은 중상해를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로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생명에 대한 위험은 식물인간처럼 치명상을 입은 경우를, 불구는 신체 중요 부분의 상실이나 기능상실을 뜻한다고 보았다.

하급심은 사지 절단이나 시각·청각·언어·생식기능의 영구적 상실처럼 사망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경우로 한정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실무의 분기점은 비교적 뚜렷하다.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스스로 걸을 수 있는가다. 장해율이나 진단서의 주 수보다 이 질문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 뇌손상으로 상·하지 마비와 인지기능 저하가 생겨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나 다발성 골절과 합병증으로 스스로 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중상해가 인정됐다.

반대로 척추 골절로 영구적 운동장해가 남았지만 독립적 보행이 가능한 경우, 손가락 끝마디 일부를 절단한 경우는 부정됐다. 12주의 안정가료가 필요한 전방십자인대파열에 슬관절 영구 노동능력 상실 29%가 더해진 사안에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며 중상해를 부정한 예가 있다. 영구장해가 남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중상해가 되지 않는다.

검사가 중상해로 판단해 기소한 경우 재판에서 살필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진단명이나 장해율이 아니라 의무기록 전체와 재활 기록으로 중상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업무상 과실 자체를 다툴 여지도 별개로 살펴야 한다. 셋째, 중상해가 아니라고 주장해 공소기각을 구할지, 중상해를 전제로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기각을 받을지 정해야 한다.

도움말 : 법무법인 보인 정근규 변호사

황성수 로이슈 기자 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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