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평소 부모의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대화를 피하고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 부모는 당황하기 쉽다. 감정 기복이 커지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늦게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
사춘기는 성호르몬 변화와 두뇌 발달, 또래 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자아정체성 형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다. 감정과 보상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빠르게 활성화되는 반면, 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전전두엽은 계속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 이 때문에 감정이 앞서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사춘기라서 그렇다”고 넘겨서는 안 된다. 학업 부담과 친구 관계의 갈등, 부모와의 충돌, 스마트폰 과다 사용, 수면 부족 등이 겹치면 짜증과 불안, 무기력, 집중력 저하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사춘기의 변화를 단순한 성격 문제로만 보지 않고 수면, 식욕, 소화, 체력과 정서 상태를 함께 살펴본다.
브레인리더한의원 설재현 박사에 의하면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하고 짜증과 분노가 증가하는 상태는 간기울결이나 간화, 생각이 많고 불안하면서 잠이 얕아지는 경우는 심신불안,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소화가 약해지는 경우는 심비양허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흥분과 충동성, 머리가 맑지 않은 느낌, 반복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두드러질 때에는 담음이나 담열과 관련된 변증으로 처방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러한 한의학적 개념은 현대의학의 특정 뇌 구조나 호르몬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함께 나타나는 신체적·정서적 증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전통적인 진단 체계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하면서도 폭언이나 폭력, 무단결석과 같은 행동에는 분명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는 긴 훈계보다 진정할 시간을 주고, 이후 구체적인 생활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수면과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실천하면 감정 조절과 집중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짜증과 분노 폭발, 불안, 불면, 두통, 복통,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가 반복된다면 몸과 마음의 상태를 함께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의학적 진료에서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한약이나 침 치료 등을 통해 사춘기에 동반되는 수면·긴장·소화·정서 문제의 완화를 도울 수 있다.
다만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면서 학교생활과 가족·친구 관계에 뚜렷한 지장을 주거나, 등교 거부와 심한 공격성, 자해, 죽고 싶다는 표현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사춘기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 경우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건강의학과의 평가와 상담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사춘기는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독립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겉으로 드러난 반항만 억누르기보다 아이의 수면과 체력, 정서와 생활환경을 함께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적절한 시점에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7@lawissue.co.kr
사춘기 아이가 달라지는 이유...반항으로만 보지 말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함께 살펴야
기사입력:2026-09-07 11: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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