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이라는 책(도서출판 부키)이 25일 출간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책제목 그대로 15명의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관한 자부심이나 에피소드를 숨김없이 고백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이 고등학교로 비유되기도 하고, 검찰에서 폭탄주를 영원히 추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배석판사들이 작성하는 판결문 초안은 ‘납품’으로 불리며 배석판사를 마감에 쫓기는 만화가에 비유하기도 한다.
◈ 박원경 공익법무관 = 박 법무관은 사법연수원은 반과 조로 나누고 담임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세 분의 지도 교수까지 있어 어찌 보면 고등학교 같다며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마두고등학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법연수원이 일산 마두 근처에 있기 때문이란다. 또 다른 이유는 사법연수원 2학기 10월에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박 법무관은 연수원 4학기 평가시험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 몇 년 전 이 시험을 치르다가 과로사한 연수생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점심시간 종이 울리면 ‘연수생들은 모두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앞에 준비한 사탕을 섭취해 체력 저하를 방지하기 바란다’는 안내방송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험 도중 제대로 식사하는 연수생이 거의 없고 빵 한 조각이나 김밥 한 줄로 때우고 시험을 보기 일쑤이며,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로 갈 때도 강의실에 남자용, 여자용 번호표를 붙여 놓고 한 사람씩 화장실을 다녀오게 하니 수능시험 감독은 저리 가라라고 회상했다.
◈ 김경호 변호사(김앤장) = 원고를 집필할 당시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했던 김 변호사는 판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그는 판사가 되려면 꾸준히 훈련하고 연습하는 마라토너처럼 오랜 기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고, 판사가 된 뒤에도 레이스는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법률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해야 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더욱 깊게 하는 노력을 평생 계속해야 한다는 것.
그는 내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하는 말이지만 훌륭한 판사가 되는 길은 순식간에 끝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설사 몇 년 늦게 출발했더라도 꾸준히 달리다 보면 빨리 출발한 사람보다 결승점에 먼저 도착할 수 있고,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풍부한 지식과 경륜을 자랑하는 훌륭한 판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현 대전지법 판사 = 김 판사는 법관이 재판에 입하면서 법복을 입는 것은 말하자면 제사장들이 제의(祭衣)를 입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며, 법관은 신을 대신해서 법정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은 도저히 ‘직업이 판사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합의부 배석판사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보통 선고일 하루 전에는 판결서 초고를 부장판사(재판장)에게 드려야 하는데 판사들 사이의 은어로 ‘납품’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부장판사는 납품 받은 판결서를 검토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 다시 배석판사에게 돌려주며, 최종적으로 판결서가 통과되면 판사의 일주일이 비로소 끝난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법관의 판결은 한 사람의 일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법관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다소 고지식하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청렴한 도덕 관념이 요구돼 때로는 법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갖추는 것이 버겁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법관으로 일하면서 얻는 자긍심과 명예로움은 다른 직업에 견줄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 이기리 서울중앙지법 판사 = 이 판사는 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증인으로 나와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때려죽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때려죽일 필요는 없다며 판결문에서 ‘증인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고 배척하면 그만이라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증인이 많기 때문에 판사들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증언을 듣는다고 말했다.
◈ 임수빈 대검찰청 공안2과장(부장검사) = 임 부장검사는 검사는 밥상에 반찬을 차리는 사람이고, 판사는 차려진 밥상에서 반찬을 골라 먹는 사람으로 비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또 세간에는 검사하면 폭탄주를 떠올린다고 하는데 물론 폭탄주는 나쁜 점이 많아 검사들도 자제하고 있지만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검사들이 어쩌다 술에 취하고 싶을 때 폭탄주를 마시면 속 시원하게 취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험한 일을 하다 보니 술도 전투적으로 마시게 되는 것일 뿐이라며 검사는 별종이 아닌 이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검찰에서 폭탄주를 영원히 추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검사는 특히 검사들은 밥을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먹고사는 고독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 한문철 변호사(스스로닷컴 대표) = 한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8000여명으로 인구 6000명당 변호사 1명 꼴로 변호사가 많다 보니 함량 미달의 변호사가 많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는데, 로스쿨이 도입되면 변호사의 과다 배출로 인한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변호사는 수요를 넘어선 과잉 공급은 명에와 부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 변호사들마저 예외 없이 몰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선욱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대표) = 의료소송을 주로 취급하는 김 변호사는 의료사건은 판결이 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지루한 증거 관계 공방 및 입증과정이 이어져 다른 사건에 비해 더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의뢰인이 억울해 하는 상황을 풀어 주고 의뢰인이 당한 고통을 덜어 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소개된 법조인 외에도 15명의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들이 집필해 흥미진진한 얘기거리들이 많이 있어 법조인을 꿈꾸는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검사는 밥상 차리고, 판사는 반찬 골라 먹는다
‘판·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 책 눈길 기사입력:2006-04-22 1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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