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엄마에게 당근마켓이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딸이 먼저 가르쳐주지 않아도 엄마가 먼저 쓰기 시작한 유일한 서비스, 엄마가 먼저 좋다고 권해준 서비스라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첫 대면과 함께 무릎을 탁 쳤다. 아, 쉽구나.
말 그대로, 당근마켓은 쉽고 단순했다. 복잡한 인증도, 결제도 필요없다. 카카오톡처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었고, 채팅으로 동네 근처서 약속을 잡고 직접 만나 거래를 하면 되니 남녀노소 누구나 간편하게 이용하기에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도, 엄마의 친구분들도 요즘은 휴대폰 첫 화면은 카카오톡, 당근마켓 이 두 개 서비스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앞으로 당근마켓을 이용하려면 본인인증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봤다. 요즘은 본인인증을 하려면 젊은 사람들도 헤매기 일쑤인데, 과연 나이 드신 분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큰 산이 생기는 느낌이다.
본인명의 휴대폰이 있어야 하고, 앱을 실행한 뒤 별도의 비밀번호와 인증번호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본 서비스로 와서 확인을 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 굳이 동네 직거래를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더욱이 엄마의 경우 현재 휴대폰 명의가 다른 가족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사용 자체가 불능이 될 수 있다.
획일적인 게 꼭 정답은 아닐 꺼라 생각한다. 서비스든 사람이든 각자 생긴 모양대로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을 살려줘야 진정한 가치를 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 유명 서비스들을 봐도 요즘은 간편한 가입과 이용이 대세인 만큼, 서비스 본질에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굳이 디지털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복잡 다단한 절차는 추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따뜻함의 가치를 경험하기 참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손 쉽게 도란도란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소통 창구 하나쯤은 온전하게 있어 주길 바라는 건 과도한 바람일까. 소소하게나마 디지털 라이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엄마가 앞으로도 어렵지 않게 재미있는 모바일 라이프를 누리길 희망해 본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