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기로 의결하면서 이를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미 정부는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한 조처로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10·1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방침이 나오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히려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실은 그대로 나타났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며 16주째 연속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둘째주인 지난 1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2% 오른 가운데 서울의 경우 0.07% 상승했다. 이는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던 1년 전과 같은 상승폭이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이후 다소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16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도 역대 정부 중 문재인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폭이 가장 크다고 잇따라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노무현 정부 당시 강남의 평당 가격은 2257만원이 상승했고, 문재인 정부 2년반 동안 평당 가격은 2034만원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상승액으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강남은 451만원(1억1000만원), 문재인 정부는 814만원(2억원)으로 2배 빠르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다”고 결론 내린 뒤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기간 4.7년으로 더 늘어…“정책,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민의 내 집 마련 기간이 5년 가까이 더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지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도시가구 기준) 서민층의 서울 아파트 PIR은 33.1년에서 48.7년으로 15.6년 늘었고, 상위 20% 가구는 5.7년에서 6.9년으로 1.2년 증가했다. 두 계층 간 격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PIR이 5년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이 기간 동안 해당 계층의 소득 증가폭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주택 마련 부담을 완화하지 못했다”며 “정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 유일한 탈출구 ‘재개발·재건축사업’도 막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임박하면서 주택공급의 유일한 탈출구인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도 막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에 따른 수입이 줄어들어 결국 추가부담금이 높아지고 사업성은 떨어지게 된다. 사업성을 높이는 게 숙명인 정비사업으로써는 직격탄이나 다를 바 없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품질 저하의 아파트만 양산한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의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 한해 ‘주택법’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에서 제외하는 유예규정을 뒀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로썬 이주·철거가 끝나야만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고, 이 기간만 족히 6개월은 걸린다. 또 이주·철거를 완료한 사업장이라도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의 분양가 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시의 경우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381곳이다. 이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66곳, 6만8000가구인데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주택공급 물량은 대폭 감소하고, 되레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등 앞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됐던 2007년과 똑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과거를 답습하기 보다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반시장적 규제 일변도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