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 A씨(57)는 2016년 1월경 대구 중구에 있는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는 2016월 5월경 위 건물을 매수한 새로운 소유자이다.
A씨는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가는 문제로 피해자와 다툼이 생기게 됐다.
A씨는 2017년 8월경 '건물주 갑질에 화난 OO원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 그 무렵 지역 주민들에게 100장을 배포하고 15장을 2017년 11월경부터 2018년 1월경까지 미용실 정문에 부착함으로써 마치 피해자가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세입자인 피고인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8고정612)인 대구지법 형사11단독 김태환 판사는 2018년 9월 11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태환 판사는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같이 언론에서 쉽게 사용되는 갑질 단어 자체에 모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다른 모욕적인 언사가 없이 단지 ‘갑질’ 단어만을 사용한 것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봤다.
이에 검사는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사는 “ ‘갑질’이라는 표현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내포하고 있어 모욕에 해당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어떠한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정보를 제공함도 없이 피해자가 갑질을 했다고만 표현했다. 언론에서 ‘갑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만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 아니라고 보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피고인이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쌍방의 다툼이 사건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고소 이후 문제 되는 표현을 제거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5월 30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상고심(2019도1547)에서 피고인의 주장은 정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311조의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원심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