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보험개발원이 지난 20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두 대를 이용해 운전석과 뒷좌석에 인체모형을 두고 실시한 사고재연 실험 결과다. 실험은 차량이 48.3㎞/h로 달리다가 고정벽에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48.3㎞/h는 80㎞/h 정도로 주행하던 차량이 충돌 직전 급제동했을 때 통상 내는 속도다.
실험결과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뒷자석 승객은 무릎, 머리 순으로 앞좌석에 충돌했다. 어린이 승객의 경우 무릎이 가장 먼저 앞좌석에 부딪히면서 몸이 떴고, 이후 턱과 머리 등이 차체 곳곳에 충돌했다.
충격 정도를 측정한 결과 머리 중상가능성이 성인의 경우 안전띠 착용시(4.8%)보다 안전띠 미착용시(14.5%)에 3배 가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이때 중상가능성은 간이상해등급(AIS·Abbreviated Injury Scale) 4에 해당하는 경우로, 6~24시간 미만의 의식불명과 함몰골절이 일어나고 최대 10.6%의 확률로 사망에 이르는 수준이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안전띠 착용시(3.7%)와 미착용시(4.5%)가 그리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최초 충돌이 무릎부터 가해지고 이후 턱을 거쳐 머리로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무릎에 가해지는 압축하중은 안전띠 착용시 0.05KN(킬로뉴턴)에서 미착용시 3.99KN로 79.8배나 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도로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IRTAD)에 따르면 지난해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우리나라가 94%로 독일(98%), 스웨덴(98%), 영국(98%), 미국(90%)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뒷좌석 착용률은 30%에 불과, 독일(97%), 스웨덴(94%), 영국(91%), 미국(8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실제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 비율도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착용한 경우에 비해 높았다. 특히 19세 미만의 동승자가 안전띠를 메지 않은 경우, 위험도가 6.6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개발원 성대규 원장은 "충돌사고 재현시험에서 보듯이 뒷좌석 안전띠는 자신뿐만 아니라 앞좌석에 탄 가족의 안전과도 직결되므로 반드시 안전띠 착용을 생활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