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가정폭력 쉼터에 침입한 가해자에게 무대응으로 일관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허순임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면담을 거부함에도, 쉼터 활동가가 가해자의 격리를 요청함에도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거의 평온을 깨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찰이 피해 당사자와 활동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가해자와 만남을 종용하는 것이야말로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며 2차 피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비난했다.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피해자들은 쉼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은데 살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다. 피해자가 언제까지 도망 다녀야 하는가. 피해자가 언제까지 숨어야 하는가. 만약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행위를 부끄러워하고, 가정폭력을 반성한다면 쉼터에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 왜 그런 가해자를 용인하는가”라고 항변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그 날 출동한 경찰은 ‘아이 좀 보여주면 안 되냐, 그럼 끝날 일인데’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쉼터에 와서 꿈을 꿨다고 한다. 꿈에서 몸에 개미가 자꾸 흘러나와 옷을 열어보니 아빠가 나왔다며, 엄마에게 ‘너무 무섭다, 여기는 이제 안전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엄마는 ‘여기는 괜찮다. 여긴 비밀의 집이다. 우린 이제 더 안 맞는다.'고 하며 자녀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경찰의 방관으로 이 피해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쉼터에 있던 다른 피해 여성들까지 한밤중에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피해자 보호는 경찰의 직접적 보호 아래에 있는 피해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쉼터의 안전이 위협 받을 때 적극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찰이 이번 사태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가”를 따졌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경찰과 관련 책임자 징계, 피해자 및 보호시설에 공식 사과 △가정폭력(여성폭력) 및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경찰 인식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경찰교육 계획 수립 촉구 △제대로 된 가정폭력 현장 초동대응 대책 마련 △가정폭력(여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 안전을 위한 대책 즉시 마련 △국가의 가정폭력(여성폭력) 정책 및 시스템 전면 보완, 개편을 요구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