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형사재판 시나리오 2부...여성 4명 강도강간 남성 무죄 판결 왜?

기사입력:2016-07-11 09:02:41
[로이슈 전용모 기자] [두 번째 법정시나리오는 종래에 주로 소개된 형사재판절차의 형식적이고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성폭력범죄 사건의 구체적인 재판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피고인이 범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조사 과정과 그 증거조사결과에 대한 판단 방법을 시나리오 형식으로 꾸며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무죄가 선고되는지 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장면이 바뀌면서, 피해자 丁은 그대로 증인석에 앉아있고 변호인이 그 앞에 질문지를 들고 서 있다)

변호인: 증인은 깜깜한 밤중에 어떻게 범인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나요.

피해자 丁: 반지하방 창문 밖에 가로등이 있어요.

변호인: 증인은 경찰에서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했지요.
피해자 丁: 예

변호인: 그런데 피고인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2 판사실
(판사실의 소파에 재판장과 판사 2명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서류들이 놓여 있다)

재판장: 피해자들의 범인지목 진술에 문제점은 없나요.

판사 A: 야간에 급박한 위험에 처한 당황스런 상황에서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지, 또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까지 기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판사 B: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일대일 대면이나, 사진 한 장만을 제시하는 방식의 범인식별절차는 오인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재판장: 여러 장의 사진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피해자에게 ‘이 안에 범인이 없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 제시하여야 오류를 줄일 수 있겠지요. 판사 B: 영미에서는 수사 경찰관이 아닌 제3의 경찰관, 즉 주요 용의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찰관이 범인식별절차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판사 A: 하여간 사진 상의 인물이나 대면하고 있는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범인인지 여부를 묻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재판장: (고개를 끄덕이면서) 변호인이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하였으니 채택하도록 합시다.


♯3 형사법정

[경찰관에 대한 증인신문]
(경찰관이 증인석에 앉아 있고 그 앞에 변호인이 질문지를 들고 서 있다)

변호인: 증인은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 몽타주를 작성한 사실이 있지요.

경찰관: 예

변호인:(몽타주 제시) 그런데 이 몽타주는 피고인의 얼굴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경찰관: 저는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인: 피고인은 3년 전에 이 사건 범행과 유사한 수법의 강도강간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적이 있지요.

경찰관: 예

변호인: 증인은 피고인이 무죄로 석방되기는 하였으나 그 무죄판결은 오판이고, 피고인이 무죄로 석방된 이후 발생한 이 사건 범행은 바로 그 피고인의 소행일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경찰관: 그렇습니다.

변호인: 그래서 증인은 피고인의 사진을 피해자들에게 제시하여 범인의 인상착의와 흡사하다는 진술을 들은 후, 피고인의 소재를 추적하여 피고인의 자취방에서 피고인을 검거한 것이지요.

경찰관: 예

변호인: 증인은 수사보고서(영상 제시)에서, 피고인의 행동 및 성격을 관찰, 분석한 결과 피고인이 조사과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깜박거리며 유사 사건 설명에 관한 화제에 귀를 기울이고, 스트레스적인 질문에 경동맥이 뛰고 손을 만지작거리는 동작을 보이며, 경찰관이 의자를 밀착하자 뒤로 피하는 제스처로 더욱 경동맥의 반응이 커지고 얼굴이 상기되는 등 전형적인 유죄의 피의자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고, 아울러 전형적인 가학적 성격의 소유자라는 판정을 하였지요.

경찰관: 예

변호인: 그런데 치료감호소장 작성의 정신감정서(영상 제시)에 의하면, 피고인은 전체지능지수가 IQ 71로서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가학적인 성격은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사고면에서 융통성이 결여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증인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기재는 피고인을 범인으로 인정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동의하나요.

경찰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변호인: 구직접수 및 직업소개대장(영상 제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시골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숙부를 따라 상경하여 목수일을 배우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인력소개사무실에 나가 일당 5만원씩을 받으면서 상당기간 동안 잡부로 종사하던 중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되어 검거된 사실이 인정됩니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성격, 지능, 평소 생활태도, 경력, 직업 등에 비추어 보면, (현장재현 영상이 흐르면서)근로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강도짓을 일삼으며 남편 곁에서 부녀자를 강간하고 그것도 단독범행이면서 마치 공범이 있는 양, 또한 퇴거하면서 수돗물을 틀어놓아 아직 현장에 범인이 남아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생리 중이므로 강간을 하지 말아달라는 피해자의 애원을 묵살한 채 강간을 자행한 교활하고도 지능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의 이 사건 범행의 범인과 피고인과는 선뜻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데, 이와 같은 변호인의 견해에 동의하나요.

경찰관: 변호사님의 견해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4 판사실

(판사실의 소파에 재판장과 판사 2명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종전보다 더 많은 서류들이 놓여 있다)

재판장: 마지막 범행의 피해자가 범인의 정액이 묻은 것이라면서 경찰에 팬티를 제출하였는데, 그 팬티에서 검출된 정액의 혈액형이 O형인데 비해 피고인의 혈액형은 A형으로 판정되었어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 영상 제시) 그래서 좀 더 정확한 판별을 하기 위하여 유전자분석을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정액의 유전자형은 피해자의 남편이나 피고인의 유전자형과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는 감정서가 이제 도착하였네요(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 영상을 제시한다).

판사 A: DNA 검사결과에 오류는 없을까요.

판사 B: 피해자가 팬티에 묻은 정액이 범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출하였으므로 시료의 오염가능성은 적은 것 같고, 대법원은 유전자검사의 증명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판사 A: 그렇다면 이 사건의 진범은 제3의 인물로서, 피고인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닐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판사 B: (대면영상 제시) 첫 번째 범행의 피해자는 사건발생 후 두 달 이상 지나서, 두 번째 범행의 피해자는 사건발생 후 한 달반 가량 지나서 피고인을 대면한데 반하여, 마지막 범행의 피해자는 사건발생 후 하루 만에 피고인을 대면하였습니다. 사건발생 후부터 피고인을 대면하기까지의 시간 경과의 측면에서만 보면 마지막 범행의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들 보다 훨씬 정확하게 피고인이 범인인지 여부를 지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 오류일 개연성이 높은 것을 보면,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도 신빙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5 형사법정

(검사가 검사석에서 일어나 있고 피고인은 반대편에 변호인과 앉아있다)

검사: (수사기관 진술영상 제시) 이 사건 4회의 범행은 강도강간 범행은 시간과 장소가 인접하여 있을 뿐 아니라, 범인이 공범자가 더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등으로 범행 수법이 유사하여 동일인에 의한 범행으로 보입니다.

범행을 신고한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하여 조금씩 달리 진술하였지만 대체로 범인이 뚱뚱한 체격으로 서울 말씨를 쓰고 있다고 진술함으로써 그 점에서는 모두 피고인의 인상착의와 일치하였고, 그 후 경찰에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검거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고인이 범인인지를 확인하게 한 결과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피고인이 범인임이 틀림없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습니다.

야간에 어두운 집 안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범인에게 제압당하여 극도의 긴장과 불안 상태에서 짧은 순간 범인의 얼굴 등을 본 피해자들이 범인의 얼굴 등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기억하여 진술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이므로 비록 피해자들의 진술 중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한 구체적인 부분에 일부 모순되는 점이 있고,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범인이 틀림없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범행의 피해자의 팬티에 묻은 정액이 피해자의 남편이나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결과가 나왔지만, 그 정액은 이 사건과 무관하게 제3자의 정액이 묻어 있을 수도 있고, 팬티를 인계받은 사람의 정액이 실수로 팬티에 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무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장면이 바뀌면서, 변호인이 최종변론을 한다)

변호인 :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들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은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어 살기위해 일용직 노동자로 지내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사건 범행들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구속되고, 이렇게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범인으로 지목하고 몰아붙이자 스스로 제대로 변명도 해보지 못한 채 피고인이 되었습니다...(계속 최후변론을 하는 장면)

(장면이 바뀌면서, 피고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두려운 듯 한 표정으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는 중이다)
피고인: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재판장님, 저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장면이 바뀌면서, 다시 정돈된 법정)

재판장: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판결을 선고합니다(판결문을 들고 쳐다보면서).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이자 우리 대법원이 일관되게 견지하여 온 입장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심이 드는 이 사건에서, 범인의 지문, 정액의 동일성, 피해품 기타 유류품 등 유죄 인정의 유력한 근거가 되는 증거가 전혀 현출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범인지목의 정확성이나 신빙성에서 의심의 소지가 있는 피해자들의 범인지목 진술만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합니다.

(피고인이 오랜 고통에서 벗어난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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