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이행법안은 한미FTA 협정문 자체를 그대로 옮긴 건 아니어서, 우리 국회가 통과시키려는 협정안과 내용이 서로 다른 부분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송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하나는 미국법과 FTA 협정문이 다를 경우에 FTA 협정문이 무효라는 조항이 있고, 두 번째는 미국 정부가 FTA 협정문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정부를 한국 기업이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는 게 법률안으로 들어가 있다”며 “이런 것은 FTA 협정문에는 없는 서로 굉장히 다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 기업이 미국 가서 뭘 하다가 한미FTA에 어긋나는 어떤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에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그런 문제를 미국 법원에 가져오지 말라고 이행법안 102조에 나와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 이행법안에 따르면 한미FTA 협정문 자체는 미국에서는 법이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FTA협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도 미국처럼 100페이지짜리 취사선택한 이행법안 만들어서 통과시킬 수는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송 변호사는 “지금 국회 다수당의 입장은 그런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협정문 자체를 다 그대로 법률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은, 우리나라 중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이른바 독소조항들을 고쳐서 그것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상황에서 독소조항을 걸러내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송 변호사는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그는 “이게 150개 나라가 있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이 아니고, 우리와 미국 사이의 1:1 협정이기 때문에 설령 미국 의회가 통과시켰다 하더라도 가령 우리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고 있으면 이건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에, 미국 의회가 결국은 한국 국회의 통과를 위해서라도 다시 이걸 재협상에 응할 수 있는 구조”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송기호 변호사는 “우선 영리병원 문제가 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 부속서에 보면 영리병원제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보건정책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런 조항이 들어 있다”며 “문제는 지금 인천이나 경제자유구역 이런데 한 번 영리병원이 들어와 우리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망가지고 나면 대한민국 국회가 영리병원제도 자체를 폐지시킬 수 있는데, 한미FTA 체계가 들어서면 그게 FTA에 위반이 된다”고 크게 우려했다.
지금 동네빵집, 동네슈퍼, 동네의 조그마한 영세업자들 살리자고 여러 가지 법안 만들고 있는데, 현재대로 한미FTA 협정안이 발효되면 골목상권들이 다 불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한국이 그러한 도소매업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조치, 동네가게를 살리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집어넣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게 현재 들어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급식 문제도 제기됐다. 송 변호사는 “우리 학교급식에 세금이 많이 들어가 서울시 등은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보면 가령 농림부가 직접 관장하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시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또 학교가 관장하는 학교급식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일이라는 점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동차나 전자 등 제조업분야에서는 상당히 이득을 볼 것이어서 협상이라는 게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라는 주장에 대해 송 변호사는 “우리가 평균관세가 40% 되고 공산품의 경우는 8% 가까이 되는데, 우리만 이렇게 높은 관세를 한미FTA를 통해서 아주 극단적으로 낮춘다면 국제경제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한국이 더 취약해지고 무역흑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그런 점을 전체적으로 다 봐야지 자동차나 자동차부품 회사를 살리려고 우리가 국가 전체에 이런 제도를 운영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일자리 창출 주장에 대해서도 송 변호사는 “1차적으로 우리의 농업이라든지 중소상공인 관련한 보호를 할 수 없는 과정에서 우리의 일자리도 감소될 것이고, 그리고 과연 자동차나 자동차부품 쪽에서 늘어날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게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점은 좀 더 심층적으로 봐야 한다”며 “가령 한EU FTA 100일 지나서 과연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좀 따져보고, 지금 국제경제위기가 돌아가는지 보고 여러 가지를 다 검토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