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박씨는 “일종의 그래피티(graffiti) 아트로서 예술행위이며 이는 예술표현의 자유보다는 예술창작이 자유에 가까우며, 이 사건으로 인해 입은 지극히 적은 경제적 손실과 예술창작 또는 예술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할 가치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징역 10월을 구형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언 판사는 지난 5월 박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종언 판사는 “피고인의 표현행위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예술창작 및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하지만, 피고인이 홍보물에 직접 쥐 그림을 그려 넣어 공용물건을 훼손한 행위는 예술 또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나 공공안내문, 게시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물건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예술작품의 창작과 표현 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이상 예술창작과 표현활동이라는 이유로 그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씨는 “형법 제141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 함은, 공무소에서 사용 중이거나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서류 기타 물건을 의미한다”며 “G20 홍보물과 같이 공공장소에 노출돼 있어 손상이나 훼손이 쉽게 예상될 수 있는 공용표지판을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보는 것은, 일상적인 문언의 범위를 넘어선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반면 검사도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은 점, 본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경미하지 않은 점,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1심 벌금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지난 8월 박정수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형법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 함은, 관공서 기타 조직체가 공무상의 목적이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관리하는 일체의 물건을 의미하는 것이고, 위 물건이 반드시 유형적인 장소 또는 건조물로서의 공무소 내부에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해석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금지되는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제반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공용물건에 해당하는 포스터를 계획적으로 손상함으로써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점에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나, 범행경위 및 수단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지 않고, 범행 결과에 대해서도 G20 정상회의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양형은 적정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사건은 박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3일 지난해 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쥐’ 그림을 그려 넣은 혐의(공용물건손상)로 기소된 대학강사 박정수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 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용물건손상죄에서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물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