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소속 노동자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률이 28.59%에 그쳤고, 취업규칙 개정은 부결됐다.
노동위원회는 “그런데도 서울대병원은 10월 29일 이사회를 개최해 부결된 취업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는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판례에 따르면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정 취업규칙은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 조항은 노동조건의 노사대등결정의 원칙을 입법화한 것으로서 규범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지극히 정당한 취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대병원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변경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이라며 “그래 놓고서는 결과가 부결로 나오자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정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번 서울대병원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을 상당 수준 삭감하는 내용이어서 불이익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임금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 정년연장 대상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까지도 제한하는 방식이라는 점,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조치가 미미하다는 점, 노동조합은 물론 소속 노동자들의 반대의견이 70% 이상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서울대병원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서울대병원의 위와 같은 행태가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교육부는 각 국립대병원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이익변경이 아닐 수도 있다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일반적인 법리라며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식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위법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다수의 국립대병원과 공공기관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는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상황과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고 봤다.
민변은 “우리는 정부의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장 등 책임자 처벌에 진력해 나갈 것임을 명백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