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부장판사 “원세훈 판결 ‘궤변’…삼척동자도 아는데…법치주의 죽었다”

“지록위마 판결…궤변…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 말할 뿐,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의 헌법상 책무” 기사입력:2014-09-12 11:53:31
[로이슈=신종철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12일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법원이 ‘정치개입’을 인정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한 것에 대해 ‘궤변’,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중국의 고사 성어로,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또 ‘궤변’이라고 질타한 것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의 범죄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 재판부의 재판장을 맡고 있는 부장판사가 다른 재판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사건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 재판이라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는 12일 오전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개탄하며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자신의 글이 향후 논란이 되고 ‘좌익판사’라고 무차별적으로 매도할 것을 우려해 “편견은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미리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면서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다!!!”라고 강조한 부분이 글쓰기 배경을 웅변한다.

김동진 부장판사 글의 파장을 예상해서 일까.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의 글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코트넷에서 직권으로 삭제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법원 스스로 그것도 부장판사가 올린 글을 삭제한 것에 대한 논란도 법원 내부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11일 불법 정치개입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판결의 핵심적인 내용 일부만을 언급하면 “피고인 원세훈의 범행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원세훈이 적극적으로 위법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 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적 공작을 벌일 목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는 12일 코트넷에 게재한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에서 먼저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환기시키며 첫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거에 의해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권은 때때로 힘에 의한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추구한다”며 “소수의 권력자들이 국가의 핵심기능을 좌지우지하고,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마음 내키는 대로 통치를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아무리 다수결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정신의 한 축인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헌법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하는 준엄한 책무를 양 어깨에 지운 것은, 판사와 검사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지 않은 채 묵묵히 ‘정의실현’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전제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판사와 검사에게 ‘신뢰’를 부여한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들의 심연(深淵)에 있는 출세욕, 재물욕, 공명심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심(私心)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 판사와 검사의 기본자세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런데, 현재의 나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놀라운 발언을 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2013년 9월부터 올해의 이 순간까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관해 의연하게 꿋꿋한 수사를 진행했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의 스캔들이 꼬투리가 돼 정권에 의해 축출됐다”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거론했다.

그는 또 “2013년 9월부터 10월까지 검사들을 비롯한 모든 법조인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 ‘특수통’(특별수사 전문가)으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은 강력한 수사의지를 피력하다가 오히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항명 등을 이유로 징계를 받고 수사를 맡지 않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각종 언론은 이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했다”며 “내가 바라본 2013년의 가을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였다”고 기억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법치주의 정신에 입각해 보면 당연히 진행돼야 할 이러한 과정들이 정권에 의해 차단이 됐고, 국민들은 현 정권이 뭔가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품은 가운데 사태가 커지는 형국으로 전개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6ㆍ4 지방선거와 7ㆍ30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면서 이런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민간기구(특별조사위원회)에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의 판결을 언급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어제 국정원 댓글 판결을 선고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직선거에 관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그리고 위법적인 개입행위에 관해 말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동기 참작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슬쩍 집행유예로 끝내 버렸다”고 판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는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찾아 정독을 했다. 판결문은 204쪽에 걸친 장문인데, 주로 개별적인 증거들의 취사선택에 관해 장황하게 적혀 있고, 행위책임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선언이 군데군데 눈에 띄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개입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모두 읽은 후에,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그는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판결문의 표현을 떠나서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독백을 할 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니...’ 허허~~ 헛웃음이 나온다”고 어이없어 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재판장은 판결의 결론을 왜 이렇게 내렸을까?”라고 궁금해 하며 “국정원법 위반죄가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니,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판결은 ‘정의(正意)’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이 가득한 판결일까?...”라고 궁금해 했다.

그러면서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고 추측하며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시 돌아와서, 판사님들과 법원 가족들에게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중국의 고사 성어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풀어갔다.

그는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고서 허수아비 왕 호해에게 사슴(鹿)을 바치면서 ‘말(馬)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인 호해는 ‘왜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합니까?’라고 말하며 신하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신하들이 조고의 편을 들면서 ‘말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몇 명의 신하들만이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다’라고 진실을 말했는데, 환관 조고는 나중에 진실을 말했던 그 신하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는 지록위마에 관한 고사 성어를 설명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한 마디로 말하겠다. 나는 어제 있었던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해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해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13년에 형사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 17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돈과 권력이 많으면 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법(法)’을 꼽은 응답자는 43%로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전국의 성인남녀 2937명을 대상으로 한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대답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언론보도를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고 민심을 정확하게 짚었다.

그는 “지인들은 나에게 말하기를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며 “국민들은 더 큰 ‘뭔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상식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는 곳에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여당ㆍ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누군가 ‘편 가르기’ 풍조에 입각해 나를 향해 ‘좌익판사’라고 매도한다면, 그러한 편견은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분명하게 확대해석을 하지 말 것을 밝혔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끝으로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다”라면서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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