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했음에도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상대방이나 상속인들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계약 이후 당사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해왔는지는 소멸시효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법상 권리는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지만,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인정하는 '채무승인'이 있으면 시효는 중단되고 다시 진행된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가 분쟁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법원은 매도인이 재산세 절반을 지속적으로 청구하고 이를 수령한 행위를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인정한 채무승인으로 판단한 사례를 내놓았다.
사건은 2007년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던 당시 시작됐다. X는 A씨에게 자금을 빌려주면 경매를 취하하고 부동산 지분 2분의 1을 이전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A씨는 1억7천만 원을 지급하며 매매계약서와 영수증을 작성했다.
이후 X는 지급받은 돈으로 채무를 변제해 경매를 취하시켰지만, 약속했던 소유권이전등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부동산 절반은 사실상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재산세 절반을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A씨는 이를 믿고 장기간 재산세 절반을 지급해 왔다.
2024년 X가 사망한 뒤 상속인들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마쳤지만, 이들 역시 A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서 상속인들은 매매계약 자체를 부인했고, 계약서의 자필도 망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설령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법무법인은 계약서에 대한 필적감정을 통해 계약서의 자필과 X가 재산세 납부를 요구하며 작성한 자필이 동일인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또한 A씨가 X의 요청에 따라 장기간 재산세 절반을 지급해 온 사실은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관계를 계속 인정해 온 것으로 볼 수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매도인이 재산세를 지속적으로 청구하고 수령한 행위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스스로 인정한 채무승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결국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고 상속인들에게 원금 1억7천만 원과 매매대금을 지급받은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서뿐 아니라 거래 이후 이어진 당사자들의 행동 역시 권리관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권리관계를 전제로 한 지속적인 요구나 이행이 있었다면 소멸시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계약서뿐 아니라 거래 이후 당사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해왔는지도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 재산세를 지속적으로 청구하거나 수령하는 행위처럼 권리관계를 전제로 한 행동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한 채무승인으로 인정될 수 있어 소멸시효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기가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권리가 당연히 소멸했다고 단정하기보다 거래 경위와 이후의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해야 한다.
도움말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용대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재산세 계속 냈다면 시효가 끝난 걸까? 법원이 인정한 '채무승인'의 의미
기사입력:2026-07-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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