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가정법원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2019년 2월경부터 2020년 4월경까지 E로부터 선박 12척의 탱크 보온 작업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다가, 커미션 미지급 문제로 피해자가 고의로 일감을 주지 않는 바람에 이후 약 1년간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피해자를) 만나게 되면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하면서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던 중 흉기가 들어 있는 서류봉투를 가지고 이 사건 당일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울산 울주군에 있는 E 회사로 가게 됐다.
피고인은 2021년 4월 9일 오후 5시 42분경 E 회사 정문 앞길에서 피해자가 퇴근을 하기 위해 차를 운전해 나오다 잠시 내려 정문 바리케이드를 닫고 있는 것을 보고, 피고인 소유의 승용차를 피해자의 차 앞에 주차한 다음, 흉기가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손에 들고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웃으며 다가가 서류봉투를 주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가 양손으로 이를 건네받으려고 하면서 방심한 틈을 타 피고인은 피해자의 손등, 복부 등을 5회 찌르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잡고 피해자의 등을 2회 내려찍어 피해자로 하여금 그 무렵 인근 도로에서 흉강 내로의 열린 상처가 있는 혈심낭을 동반한 심장 손상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약 1년간 피해자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 이 사건 당일 약속도 없이 피해자를 찾아갔고,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음주상태도 아니었다. 4월 임에도 가죽장갑을 착용했고 피해자는 피고인을 보자 허리를 약간 숙여 인사했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서류봉투를 건네주는 척 하면서 갑자기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찌른 후에도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했고, 피해자의 등에서 떨어진 칼을 주운 후 자신의 차를 운전해 현장을 떠났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직후 경찰에서 ‘날씨가 흐려서 찾아갔다. 1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찾아간 것이니 만나게 되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이 낮에 피해자가 근무하는 회사 정문 앞에서 발생한 점, 피고인이 흉기를 서류봉투 안에 숨기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점,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 등 급소만을 집중적으로 찌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범행이 매우 대담하고 치밀하며 잔혹하다"고 적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퇴근 중이던 피해자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30대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피고인의 공격을 받고 도망가서 사망할 때까지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피해자의 유족들 또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계획적인 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이러한 태도를 보면 피고인이 진정으로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 피고인에게는 그 범행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