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미술작품 제작에 제3자가 관여했는데 이를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 최초 사례이며 위작⋅저작권 다툼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에 관해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28일 피고인 조영남의 그림 판매 사건에 관하여 공개변론을 개최해 심리한 바 있다.
검사는 원심에 대해 ① 미술작품의 저작권이 대작화가인 송○○에게 있으므로 피고인 조영남은 저작권자로 볼 수 없고(저작물·저작권에 관한 법리오해) ② 피고인 조영남에게 조수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제작했음을 작품 구매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고지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작품을 판매한 것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① 검사는 이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죄로 기소하지 않았고, 사기죄로 공소를 제기했다. 공소사실에서도 저작자가 누구인지 기재하지 않았다. 검사가 상고심에 이르러 원심판결에 저작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不告不理 원칙 :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검사가 기소한 공소사실에 대하여만 심리⋅판결한다는 원칙) 에 반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미술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로 단정할 수 없어 고지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수긍했다.
피고인 조영남은 2009년경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인 송○○에게 1점당 10만 원 상당의 돈을 주고 자신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이를 송○○이 임의대로 회화로 표현하게 하거나, 기존 자신의 그림을 그대로 그려달라고 하는 등의 작업을 지시하고, 그때부터 2016년 3월경까지 송○○으로부터 약 200점 이상의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서명을 했음에도, 이러한 방법으로 그림을 완성한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사실상 송○○ 등이 그린 그림을 마치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그림을 판매하여 그 대금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2016고단5112)인 서울중앙지법 이강호 판사는 2017년 10월 18일 피고인 조영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심(2심 2017노3965)인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 판사 최복규, 김은교)는 2018년 8월 17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