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대형마트 조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지난 2018년 환경부와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은 5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는 그린피스가 펴낸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에 실렸다.
보고서의 설문 항목은 크게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PB상품 및 협력사와 협업을 통한 감축 노력 ▲소비자 참여 유도 및 사내 감축 노력으로 나뉘었으며, 각 항목은 다시 감축, 투명성, 혁신, 정책의 4가지 기준에 따라 세부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5대 마트가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낙제점을 받았다.
◇마트별 종합 점수 공개
시장 점유율 1위인 이마트는 5개 마트 중 가장 높은 종합점수인 ‘C’를 받았다. 제조사와 협력해 우유 2팩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손잡이 달린 비닐봉지를 얇은 띠로 변경하고, 전통시장에 다회용 장바구니를 무상 제공하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선진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이 혁신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명성 부문에 있어서도 매장과 자사 제품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집계, 관리하고 공개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들과 대조를 이뤘다. 다른 마트들은 속비닐을 제외한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마트의 경우도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은 다회용 장바구니 보급과 플라스틱 회수함 설치 등 기존 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나로마트 역시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하나로마트는 정부의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 이후 생분해 비닐 및 종이 봉투를 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 ‘매립’의 비율이 국내는 4.6%에 그치고 대부분 소각된다는 점 때문에 유효한 대안으로 보기 어려웠다. 매립된다 해도 생분해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60도의 고온에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는 실제 자연환경과 거리가 멀다. 하나로마트는 또한 주기적인 업체 간담회를 통해 공급자에게 추가 포장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나로마트 측은 지난 2월 19일 그린피스 설문조사 항목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의 '혁신' 부문에 대한 답변으로 '유색 PS 식품트레이는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PVC랩은 농산물과 즉석 조리식품 포장 시 사용을 금지했다'는 내용을 추가 전달했다.
메가마트는 정부의 합성수지 연차별 줄이기 제도에 참여하여 플라스틱 합성수지 사용량을 매년 25%씩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목표 대비 실제로 얼마나 감축을 했는가에 대한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협력사와의 협업 및 소비자 참여 유도 측면에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어떠한 사례도 제시하지 않아 종합점수 ‘F’를 받았다.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소비자에 선택권 주는 해외 마트들
영국 대형마트 웨이트로즈 옥스포드 지점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리필 스테이션’. 소비자는 개인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제품을 담아갈 수 있다. (제공=그린피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해 말 영국 2위 대형마트인 세인즈버리(Sainsbury’s)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아이슬란드(Iceland)는 2018년부터 매년 자체브랜드의 플라스틱 포장을 20%씩 줄여 2023년까지 완전히 제거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영국 1위 대형마트인 테스코(Tesco) 역시 지난 1월, 과대 묶음 포장된 참치캔, 스프 등의 제품을 더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인즈(Heinz), 그린자이언트(Green Giant), 존웨스트(John West) 등의 제조사들 역시 테스코에 납품하는 제품의 묶음 포장을 없애기로 했다.
김이서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그동안 대형마트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의 처리와 그에 따른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며, “유통사는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 포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줄이기를 강제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대형마트는 PB상품을 직접 제조하고 유통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제조사의 제품을 매대에 올릴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요 3사로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첨예한 환경 과제인 플라스틱 줄이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이제 국내 마트들도 해외 마트처럼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4일부터 2주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전광판을 통해 대형마트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노력 점수를 시민에게 공개한다.
5대 대형마트에 대한 세부 평가 내용은 그린피스 웹페이지의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실태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