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의 총수일가에 대한 고액배당 철회와 조선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제공=금속 현대중공업지부)
이미지 확대보기이들은 “2015년 6만7000 명에 달했던 현대중공업의 사내 하청업체 포함 직원 수는 2018년 8월 3만2000 명으로 감소했고, 하청업체들 또한 다수 도산했다. 이처럼 불황 극복 및 경영개선을 위한 사업역량 집중이 요구되는 시기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및 사업을 재편하며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와 이익 집중만을 위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현대중공업과 그 구성원인 노동자, 나아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기자회견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대중공업은 2000년부터 약 9670억 원을 들여 확보한 자사주 13.4%를 인적분할을 이용해 지주회사에 전부 이전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무런 자금 유출 없이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사업회사 지분의 13.4%를 획득했다. 이는 곧 33.31%의 지분율로 현대중공업지주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의 이익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애초에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거나 매도했다면, 이를 회사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각종 사업투자 및 안정화 기회를 포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본래 현대중공업에게 귀속되던 AS사업부문의 이익을 현대중공업지주가 모두 향유하게 됨으로써, 현대중공업은 AS사업부문의 수익을 통한 경영개선 기회를 박탈당했다. 현재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설립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즉시 600여억 원(영업이익률 25%)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얻었다.
셋째, 2010년 현대중공업은 2조원 대 차입금 및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현대오일뱅크 대주주(지분율 약 91%) 지위를 취득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창출한 이익이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의 심각한 침체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부를 지주회사에게 이전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을 취득한지 1년 만에 6372억 원(당기순이익의 93%)이라는 막대한 액수를 배당했다. 또한 2019년 상반기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최소 3조 원에 달하는 지분가치 상승 이익 취득까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8월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약 21%[=70%(배당성향)×30.9%(총수 일가 지분율)] 이상을 배당을 통해 얻게 된다. 즉, 현대중공업지주의 높은 배당성향은 총수 일가에 대한 부의 집중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8년 12월 10일 현대중공업지주 배당 확대를 위해 자본준비금 2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12월 28일 개최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총수 일가 및 지주회사의 본연의 임무가 사업회사를 위한 책임투자에 있음을 상기시키고, 현대중공업지주의 자본준비금 2조 원에 대한 이익잉여금 전환 계획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와 총수 일가가 취득한 막대한 이익을 현대중공업 및 협력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장래 사업 발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