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 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은 성폭력이다"고 주장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여성의전화)
이미지 확대보기‘뇌물’로만 다루어진 피해자는 수사 과정에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고, 당시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본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결국 불기소했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현재 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이 재조사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며 4월, 7월, 8월에 의견서 제출 및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하고 재수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이 보여준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사건 해결에 대한 조사단의 의지에 강한 의문이 든다.
지난 7월 피해자는 진상조사단에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로서 제대로 조사받지 못한 문제점에 대해 진술했다. 특히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으로 피해자를 의심하는 검찰의 태도에 문제 제기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오히려 당시 검찰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
이 사건이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8월로 예정되었던 결과 보고는 기한보다 2개월이나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사가 왜 길어지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당사자인 피해자조차 확인할 수 없다. 진상조사단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미비한 인식, 이 사건의 주요한 자료가 조사에서 누락된 점, 가해자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지금도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22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11월 5일까지로 예정된 활동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은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들을 우선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3일자 성명에서 "그러나 진상조사단이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은 과거사위원회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한의 연장이 능사가 아니다. 과거사위원회와 진상조사단이 본 사건 해결에 대해 얼마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고 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