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지난 6월 5일 오후 1시경 춘천시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택시의 승객이 병원에 가려는 것에 화가 난 A씨는 동료 택시를 들이받은 승용차 운전자를 비롯해 행인 10여명이 있는 가운데 택시 승객의 모친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
A씨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경위를 파악하려 하자, 경찰관 L 등에게도 욕설을 했다.
그런데 당시 경찰관 L이 A가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욕설을 해 모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하려했다. 이에 B씨는 L의 목을 밀치고, 양손으로 멱살을 잡고 밀어 바닥에 넘어지게 해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무릎 타박상 등을 가했다.
검찰은 “이로써 B씨는 경찰관의 112신고에 따른 현장조치 및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 L이 A를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 B가 위와 같은 A의 체포를 면하게 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L을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L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또 “A의 모욕 범행은 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저지른 일시적 우발적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했고, 다른 경찰관 2명이 행인 10여명이 모두 A가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고, 나아가 A는 교통사고를 당한 택시기사 F와 같은 택사회사 소속이었으므로, 경찰관 L은 택시회사 또는 F를 통해 A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A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관 L이 당시 현장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A가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했는데, 욕설의 내용과 시간, 경위 및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춰 볼 때, 고소를 통해 검사 등 수사주체의 객관적 판단을 받지도 않은 채 경찰공무원이 사건 현장에서 즉시 피고인을 범인으로 체포할 만한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되기 전에는 경찰관 등에게 욕설을 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