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친박의 당권 확보라는 선택을 하였지만, 그 안에 작은 변화는 분명히 보인다. 그런 이유는 당대표로 선출된 사람이 바로 이정현 대표이기 때문이다. 영남 위주에 보수정당 안에서는 보기 힘든 스토리를 지녔으며 더구나 호남출신, 그리고 당선 후에 일성까지 보수여당의 당대표용 메시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큰 혁신적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MB 정부 시절에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함으로서 정권재창출을 해냈었다. 그처럼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입장으로선, 이정현 대표 체제라면 어느 정도 여당 내 야당 역할에 대한 용인이 가능해 보인다. 현재 야당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면서 호남공략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볼 수도 있게 됐다.
다시 설명하자면, 변화를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상당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결과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최고위원들 구성까지 여전히 친박의 당권장악을 공고하게 해놓았다. 이런 결과가 앞으로 정치일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개헌이나 대선 등에 있어서 친박 세력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쯤해서 더민주와 진보진영에 헛된 자만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양 후보 간의 경선이 진행됐었다. 그런데 당시에 진보진영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만만하다며 치기어린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리고 5년 후 2012년 대선에서 그렇게 만만하게 본 박근혜 후보에게 그 잘난 후보단일화를 했어도 패했다.
끝내 자신들의 부족과 무능은 반성하지 않으며 야당 내 패권세력으로서 다시 당권을 장악한 친노 세력과 문재인 대표는, 부족한 리더십과 정치철학으로 혼란만 겪다가 문재인 대표의 호위무사나 다름없는 혁신위를 통해 시간만 끌면서 결국은 새정치와 호남을 대표하는 많은 정치인과 세력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20대 총선의 비례투표에서는 3등으로 밀려났다.
이제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남아있다. 당권경쟁에서 비교적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추미애 후보는 노골적으로 친문세력을 지향하며 실제로 친문진영의 지원과 비호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친문 측에 대리후보라 할 수 있는 김상곤 후보는 비록 호남출신이지만 고향만 호남이지 호남을 대표하거나 상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른바 진보 엘리트이다.
유일하게 친노•친문 세력과 상관없는 이종걸 후보는, 당 내의 세력적인 분포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싸움임이 분명해 보인다. 패권주의를 반대하던 반노 성향의 정치인과 세력들이 국민의당으로 대거 빠져나갔기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친노•친문 측의 (속칭)'오더'에 기대면서도 말로는 '탈계파'를 주장하는 후보에 비하면 당당한 도전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어쨌든 더민주의 당권 경쟁은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선출에 비해서 극적인 장치와 새로운 스토리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친박이 다시 당권을 확보한 것이지만, 이정현 대표가 지닌 저돌성과 색다른 스토리 그리고 호남출신으로서 보여준 정치적 행로와 상징성 등은 친노•친문 세력을 대리하는 추미애, 김상곤 두 후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