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인정된 한국사 교과서 수정 명령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 유감”이라며 “국가가 싫어하면 형식적 심의만으로 교과서 내용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수정 심의’의 실질을 보지 않고 형식만을 봐 현행 검인정제도를 형해화하고, 나아가 헌법에서 정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반한다”고 혹평했다.
이번 사건은 이렇다. 앞서 교육부(당시 서남수 장관)는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극우적 성향을 드러내고 다수의 역사적 사실 관계에서 오류가 있는 등 교과서로서 부적합하다는 비판을 받자, 교학사 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리면서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를 마쳤던 다른 6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도 좌편향의 문제가 있다면서 수정명령을 함께 내렸다.
이에 발행사와 집필자들은 교육부의 수정ㆍ보완 권고사항을 반영한 수정ㆍ보완하도록 대조표를 제출했고, 교육부는 이들 대조표를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심의 후 최종 7종 교과서에 41건의 수정명령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수정명령은 초ㆍ중등학교 교육법과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근거를 둔 적법한 처분”이라며 “교과서 검정을 위한 도서심의회의 구성에 준하는 수정심의위원회가 구성됐고 소집절차와 심의방식에도 하자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초중등교육법 및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수정의 범위는 표기ㆍ표현ㆍ오류 및 내용상 사실관계의 명백한 오류 등의 객관적 사실 오류 수정에 한하고 있다”며 “당시 교육부가 내린 수정명령은 근거규정의 수정범위를 넘어설 뿐 아니라, 사실상 특정 사관의 반영을 강요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는 게 집필진들의 주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 단순한 객관적 사실 수정이 아니라 내용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교과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수정이라면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좌편향을 이유로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지난 2013년 2월 15 대법원이 ‘이미 검정을 마친 교과서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정절차상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확인한 바도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야말로 국가가 교과서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에서 천명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호하려는 검인정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판결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교육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명령은 지금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검정합격을 받은 교과서에 대해서조차 사실상 내용 수정을 하는 명령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국가가 교과서 내용을 언제든지, 어떤 식으로도 수정 지시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또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작, 배포하는 국정교과서 제도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검정권한을 전적으로 교육부에 맡겨두지 않고, 교육의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해 일정한 견제와 균형을 행사하도록 한 검인정제도는 이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헌법에서 천명한 교육의 중립성을 해쳤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