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서울지검장을 역임한 변호사가 이른바 ‘삼성 X파일(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 사건 결론부터 요약하면 대법원은 노회찬 의원이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게재할 당시 서울지검 2차장이던 A변호사를 떡값검사로 지목하고, 삼성그룹 관계자를 비호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도록 했다는 등 A변호사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다만, “대기업과 공직자의 유착관계,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수사과정의 공정성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홈페이지 게재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손해배상책임을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삼성 X파일 ‘떡값검사’ 공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재판부에 따라 형사사건은 노회찬 의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의원직을 상실시켰는데, 민사사건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다소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이 사건은 먼저 문화방송(MBC) 이상호 기자는 안기부(현 국정원) 도청 녹음테이프와 녹취록(X파일)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X파일의 주된 내용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과 삼성그룹 이학수 비서실장 사이에 오고 간, 삼성그룹의 대선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문제 및 검찰 간부들에 대한 뇌물 전달 계획내용 등에 대한 대화였다. X파일은 2005년 6월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기 시작해 파문을 불러왔다.
2005년 8월 18일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X파일의 내용 중 “이번에 부산에서 올라온 1년 선배인 (서울지검) 2차장은 연말에나 하고…”라는 홍석현 사장의 발언을 기초로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 7인 명단에 서울지검장을 역임한 A변호사를 포함시키며 직책을 밝혔다. 이 보도자료(1차 게시물) 게재 직후 언론매체로 보도됐다.
A변호사는 1997년 8월까지 부산지검 2차장검사였고, 이후 1998년 3월까지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재직했다. 또 이후 서울북부지검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대구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2002년 8월 서울지방검사장에 임명됐다.
노회찬 의원은 2005년 8월 22일에도 홈페이지에 <떡값 검사, 세풍수사 때 삼성보호 앞장>이라는 제목으로 “세풍 당시 떡값검사들의 주요 직책현황 명단에 A변호사의 실명과 함께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이라고 직책을 명기했다.
또한 A변호사을 포함한 떡값검사들이 소위 ‘세풍수사’(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세청 고위간부 등이 대기업으로부터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 사건)에서 수사를 방해해 삼성만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에 대한 수사의 재개와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2차 게시물)을 게재했다.
노 의원은 다음날 다시 2차 게시물과 같은 내용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보도자료(3차 게시물)를 게재했다. 그 후 언론보도 등을 계기로 A변호사 등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으나, 검찰은 2005년 12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변호사는 “녹음테이프에 의하더라도 부산에서 올라온 2차장에게는 추석에 떡값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고, 실제로 삼성이 연말에 떡값을 제공했거나, 이를 받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노회찬 의원이 별다른 사실 확인없이 당시 2차장검사에 부임한 자신의 실명을 떡값검사의 명단에 포함해 홈페이지에 게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노회찬 의원은 “게시물 내용은 검사의 직무의 청렴성과 관련된 것으로 공익성 및 진실성이 인정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헌법상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한창호 부장판사)는 2006년 11월 A변호사가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떡값을 받은 검사라는 1차 게시물이 진실이라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으로 재직시 세풍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온몸으로 삼성 수사를 막았다는 2, 3차 게시물은 상당성을 잃어 명예훼손이 인정된다” 고 판시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노회찬 의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며 노회찬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의 2ㆍ3차 게시물 게재는 세풍사건 및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것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이지 않고,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도 종종 사용되고, 이는 수사적인 과장표현으로서 어느 정도 용인될 수도 있다고 봐야 하므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A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2일 A변호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회찬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413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ㆍ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당의 정치적 논평이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도 종종 사용되고, 이는 수사적인 과장표현으로서 용인될 수도 있으며, 국민도 정당의 정치적 주장 등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지 않으면 비록 단정적인 어법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를 정치공세로 치부할 뿐 그 주장을 그대로 객관적인 진실로 믿거나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당의 정치적 논평이나 주장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위법성을 판단할 때는 이러한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종전 대법원 판례를 상기시켰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의 비판적 입장과 의견을 표명하거나 주장을 하는 내용으로 돼 있는 2ㆍ3차 게시물에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을 뿐 아니라, 가사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더라도 피고가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주요정책으로 삼고 있는 정당의 정치인으로서 검찰수사의 공정성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2ㆍ3차 게시물을 게재했다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게재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2ㆍ3차 게시물은 이른바 떡값검사로 지목된 원고가 일정한 직책을 맡고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지휘를 하거나 수사보고를 받을 수 있는 직위를 이용해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비호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했다는 등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대기업과 공직자의 유착관계,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수사과정의 공정성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그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되고, 그밖에 피고가 게재한 게시물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공익성의 정도,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이 2ㆍ3차 게시물에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지만, 그 게재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 삼성 X파일 사건 대법원 재판부 따라 민사와 형사 판결 엇갈려
한편, 이번 민사사건 판결에 앞서 노회찬 전 의원은 삼성 X파일에 등장하는 이른바 떡값검사 명단 공개에 관한 형사사건으로 2013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이에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록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재판부에 따라 동일한 X파일 사건에 대해 공익성의 정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점에 대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A변호사의 경우 노 전 의원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X파일 내용 중에 나오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1997년 추석에 서울지검 2차장검사에게 떡값을 주지 않겠다는 녹음테이프 기재 외에 떡값을 주고받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실제로 홍 사장은 “이번에 부산에서 올라온 1년 선배인 2차장은 연말에나 하고…”라는 말밖에 없다. 때문에 A변호사는 이 말만 갖고 떡값검사로 낙인 찍인 것에 억울해하며 민사소송을 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A변호사에 대한 떡값검사 명단 공개가 공익차원에서 면책된다면 개인의 명예는 어떻게 구제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또한 공익과 사익 간 비교형량의 기준과 정도가 새로운 법률쟁점으로 부각될 지 주목된다.
대법원, ‘떡값검사’ 공개 노회찬 민사책임 없다…형사는 유죄
삼성 X파일 사건 대법원 재판부 따라 민사와 형사 판결 엇갈려 기사입력:2014-06-12 20: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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