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법원장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법관으로서 중심을 잡고 사회, 역사를 살피고 미래를 내다보며 균형감 있게 일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여러 해 전의 확정 판결로 인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판결의 어느 한 단면만 부각되고, 나아가 지역 법조계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고, 저 개인이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몹시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장 법원장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저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행정이나 법관의 직무에 전념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다고 판단됐고, 또한 우리 법원 구성원 여러분의 고충과 가족들의 건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사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며 “정성을 다 한다고는 했으나 공감을 받는 데는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법원장은 “이제 법관으로서 제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됐다”며 “저는 앞으로 분에 넘치게 받았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조용히 살겠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가 다함께 밤늦게 일하고 돌아가면서 서로의 충혈된 눈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웃던 일, 업무에 바쁜 가운데서도 법원가족들과 주말에 산행이나 문화유적지를 다니며 즐거워했던 일 등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며 아쉬워했다.
장 법원장은 “저는 오랫동안 법원가족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무 것도 갚지 못한 채 오히려 크나큰 폐만 끼치고 떠나는 것이 못내 걸린다”며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했던 저는 떠나지만, 여러분께서는 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의연하게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자긍심을 가꾸고, 행복한 마음과 보람을 키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일과 별개로, 불철주야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정성껏 재판업무에 임하고 있는 법관과 직원들에 대해서, 따뜻한 애정과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