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춘 홍 의원의 이번 불출마 선언은 뜻밖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홍 의원은 의정활동 내내 국회 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산안과 쟁점법안의 한나라당 단독 강행처리된 직후 동료 의원 23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2011년도 예산안 등의 강행처리에 동참함으로써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앞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여야 합의처리를 앞장서 주장해오다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비준안 표결 강행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국민과의 약속대로 표결에 불참했다. 홍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이렇게 한나라당의 한미 FTA비준안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홍정욱 의원(우) / 사진출처=홍정욱 의원 홈페이지
그는 이어 “그러나 지난 4년은 제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며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제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자책했다.
홍 의원은 “옛 말씀에 하늘에는 진실로써 응해야지 꾸밈으로 응할 수 없다고 했다”며 “벼슬을 하는 자는 직분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고도 했다”며 “이에 저는 오로지 제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힌다”며 “그러나 나아감을 어렵게 물러남을 쉽게 여기라는 성현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이제 어울림 없는 옷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남이 덜 다닌 길을 찾아 후회 없는 삶을 영위하라는 가슴의 부름에 응하려 한다”며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제 역량과 지혜를 발할 수 있는 영역에서 빠르게 아닌 바르게 혼자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기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