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법불신 원인, 내부에서 찾아야”

2일 군법무관 출신 신임 법관 42명 임명식서 강조 기사입력:2007-04-02 12:42:25
“최근 사회 일각에서 종종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민의 일부라도 우리를 불신한다면 그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일 대법원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법무관 출신 신임 법관 42명에 대한 임명식사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먼저 “사법부의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서 나왔고, 헌법과 법률을 통해 국민은 우리 사회에서 법의 지배를 확립할 최종 책임을 사법부에 부과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종종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청렴하게 살아온 대다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서운한 마음을 품을 만한 일이고, 국가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법관은 국민을 섬기는 공복인 만큼, 주인인 국민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더라도 국민을 탓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국민의 일부라도 우리를 불신한다면, 그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며 “외부의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사법부 구성원 상호 간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는 사법부가 불신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는 만큼, 사법불신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불신 해소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저 사법부의 무너진 권위를 회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경제 발전의 토대인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의 법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법관 테러’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헌법과 법률의 규범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어 법치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며 “사법부 구성원들이 사법불신 해소에 앞장서지 않으면, 사법불신이 낳은 법치주의의 실종은 사회안전의 위협은 물론 경제에도 적지 않은 정체와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에 있어 법관과 소송관계인 간의 적절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법정에서 법관의 사건에 대한 이해와 논리에 공감하지 않고, 법관의 심리 자세에서 우러나는 인격에 감동하지 않은 당사자가 판결에 승복할 리가 없다”며 “기록만 보고 작성한 판결문의 논리가 아무리 정치하고 수려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당사자를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현상이 복잡해지고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법관이 아무리 경험의 폭을 넓힌다 해도 재판 중인 사건의 실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게 됐다”며 “이제 법관들은 사건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의 조력도 서슴없이 구할 수 있는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법관의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불신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전관예우나 정실재판이라는 것도 결국 재판절차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법정을 통해 국민과 직접 교감함으로써 법관과 국민 사이에 생긴 틈새에 들어와 재판결과를 왜곡하려 하는 사람들의 활동 공간을 과감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재판을 이렇게만 한다면, 재판에 대한 만족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고, 설령 패소한 당사자가 결과에 불만을 갖더라도 우리는 법의 권위를 내세워 떳떳하게 승복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도 진정한 법치주의가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임 법관들은 자신의 경험부족을 자각하고 성실히 업무를 익히려는 마음가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종래의 판례나 실무관행을 비판 없이 따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법불신의 원인이 된 법조계의 여러 문제점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당연해 보이는 일에도 의문을 버리지 말고, 현실의 관행에 몸을 맡기거나 적당주의에 안주하지 않는 젊은이다운 패기와 순수함을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능환 대법관 외조카도 신임 법관 임관…부부 판사 50쌍

한편 이날 임명식에는 대법관을 비롯해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신임 법관 42명 및 그 가족 등 180여명이 참석해 법관 임관을 축하했다.

이날 42명의 신임 법관이 일선 법원에 배치됨에 따라 예비판사에서 판사로 임명된 97명과 법
조일원화에 따른 법조경력자 출신 17명 등 올해 156명이 신임 법관에 임명됐다.

법조가족도 눈에 띄는데 이날 신임 법관에 임명된
김상현 대구지법 판사는 외삼촌이 김능환 대법관이며, 강상욱 의정부지법 판사는 국회의원을 지낸 강수림 변호사의 아들이다.

부부 판사도 3쌍이 탄생해 현재 부부 판사는 50쌍으로 늘게 됐다.

김정일 신임 판사가 서울북부지법에 배치됨에 따라 아내인 정세영 서울북부지법 판사와 함께 근무하게 됐으며, 강세빈 광주지법 판사의 아내는 김민정 서울중앙지법 판사, 조순표 인천지법 판사의 아내는 이지현 대구지법 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 2007년 4월 1일자 판사 임용자 명단 (법무관 출신 사법연수원 33기)

서울중앙지방법원 :
노재호, 이재혁, 이종기, 장우영, 최누림, 황인성
서울동부지방법원 :
권순건, 김민상
서울남부지방법원 :
권성우, 유아람
서울북부지방법원 :
김정일
서울서부지방법원 :
조지환
의정부지방법원 :
강상욱
인천지방법원 :
백창원, 이동기, 조순표, 진현섭
수원지방법원 :
고상교, 김재규, 김정태, 이진혁, 장종철
춘천지방법원 :
표현덕
대전지방법원 :
박형건, 이형석
청주지방법원 :
김동건
대구지방법원 :
김상현, 맹준영, 송백현, 이차웅
부산지방법원 :
박재억, 서근찬, 이상엽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
윤진규
울산지방법원 :
이우희
창원지방법원 :
이규호, 차승환
광주지방법원 :
강세빈, 전일호, 최종원
전주지방법원 : 장욱
제주지방법원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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