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현금과 수표 도난사건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누나가 “동생이 수표를 줬다”고 거짓 진술하는 바람에 2004년 9월 4일 춘천시 퇴계동 자신의 집 앞에서 잠복근무 하던 경찰관들로부터 경찰서에 가줄 것을 요구받았다.
A씨는 혐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관들은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경찰서로 데려갔고, 조사도중 절도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런데 A씨는 경찰이 입감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빠져나와 도주했으나 뒤따라온 경찰에 의해 다시 체포됐고, 절도혐의에 도주혐의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경찰의 임의동행이 불법적인 강제연행인 만큼 도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건.
재판부는 이어 “비록 경찰관이 A씨를 임의동행 당시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A씨가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더라도 경찰관이 A씨를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경찰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해진 임의동행으로 이는 사실상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경찰관이 A씨를 임의동행 후 6시간이 경과한 뒤에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이는 동행의 형식아래 행해진 불법체포 뒤 사후적으로 취해진 것에 불과해 긴급체포 역시 위법하다”며 “따라서 A씨는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의 ‘법률에 의해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닌 만큼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는 ‘어떠한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는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행위에 관해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경찰서ㆍ지구대ㆍ파출소 또는 출장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당해인은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