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동 판사는 지난 8월에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국민이 요구하는 사법행정의 개혁, 앞서가는 사법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대법관이 아닌 사법개혁을 추진하는데 적합한 개혁적인 인사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 수를 조정해야 하는 점에서 쉬지 않은 문제였다. 그러나 신임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사법부 개선사항으로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이 맞도록 돼 있는 법원행정처장에 과감하게 장윤기 창원지법원장을 법원행정처 권한대행으로 임명해 화제가 됐다.
물론 임 판사의 제안을 신임 대법원장이 전격 수용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제안 역시 현재로선 본인이 밝힌 것처럼 비현실적인 방안일지 모르지만 법관인사제도 개선에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반영될지 여부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면 임희동 판사는 이번에 무엇을 제안했을까. 임 판사는 지난 15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님께 - 엉뚱한 제안?’이라는 글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사법연수원 성적이나 법관 근무성적에 의한 서열위주의 법관인사에 대해 많은 법관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라며 “컴퓨터 추첨에 의한 법관배치를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신규 법관 임용자 전원을 컴퓨터 추첨에 의해 서울, 부산, 수원, 대전, 광주 등 순차적으로 근무 법관을 추첨해 배정하고, 정기인사 이동시에도 법관들로부터 희망 근무지 신청을 받아 제1근무지 법원 신청자 법관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우선적으로 결정하고, 나머지 제2·3근무지 신청 법관을 대상으로 부족한 법관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근무지를 순차적으로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임 판사는 “물론 추첨이 되지 않은 법관은 종전의 근무지에서 다음 정기인사 때까지 근무하면 되고, 희망자가 없는 지역의 부족한 법관은 이동을 희망하는 법관 중 추첨에서 탈락한 법관을 대상으로 다시 추첨을 해 근무할 법관을 결정해 배치하면 법관들이 희망하지 않는 곳에 근무하는 일은 적을 것이며, 인사권자의 의사에 의해 임의로 법관들의 근무지가 결정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판사는 또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분명히 차관급 승진이므로 성적이나 근무평정 등을 고려한 10년 임기의 고등법관 신규임용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제안하면서 “좀 우스운 제안일지는 모르나, 많은 법관들이 공감한다면 이를 시행해 보는 것도 법관인사제도 개선의 한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