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비록 과속한 잘못이 있더라도 교통신호를 위반한 상대방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으로 교통신호 준수에 대한 운전자들의 신뢰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최근 교차로에서 과속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한 K씨가 H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K씨에게도 과속으로 운전한 20%의 책임이 있다”는 원심을 깨고,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하는지를 살필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런 주의의무는 신호가 바뀌기 전이나 이미 진입했는데 나중에 신호가 바뀐 차량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것이지, 정지신호로 바뀐 뒤에 새로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까지 살필 주의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원고가 제한속도를 위반해 과속으로 운전한 잘못은 있더라도 상대방 차량이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해 사고발생을 방지할 특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는 없다”며 “따라서 정지신호로 바뀌고 난 후 새로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에 대해서는 주의의무가 없는 만큼 원고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담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