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교수는 특히 “사개위 위원들은 전문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다”며 “전문위원으로서 사개위 활동에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사법개혁 안건을 연구해 사개위 전체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전문위원이 사개위 활동에 대해 이렇게 평가함에 따라 사법개혁위원회의 위상 추락은 물론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주제발표에서도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에 관해 지난 13일 26차 전체회의에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과 대법관 증원방안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표결 처리해 병기됐는데, 이날 전문위원들은 법원행정처장 주최 만찬에 초대되어 위원들만의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주장해 전체회의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됐다.
그는 그러면서 “사법의 지방분권화 등에 주목하기 시작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만하다”면서도 “제일 민감했던 대법원 기능의 구체적 방안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전문위원의 불참 속에 졸속으로 표결 처리된 것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사법개혁은 정치문제이자 입법문제인 만큼 정치과정을 통해 풀어야”
이에 앞서 이국운 한동대 법대 교수는 “사개위와 같은 기구를 기획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사법개혁은 어디까지나 정치문제이자 입법문제라는 명백한 헌법적 좌표”라며 “아무리 법조직역의 이해관계와 법률전문가의 식견이 중요하다고 해도 또한 아무리 사법권 독립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염려되더라도 사법개혁도 정치문제(입법문제)인 이상 정치문제는 정치과정(입법과정)을 통해 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한 “사법서비스의 수요자로서 사개위에 참석한 위원은 전체의 1/3에 미달하는 수준이어서 사개위 구성이 철저하게 사법서비스 공급자위원회의 본질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사개위에서 사법서비스 소비자의 대표들은 논의과정에서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채 공급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합종연횡에 수시로 동원되는 일종의 수동적 유권자의 신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제 사법서비스 소비자회의가 소집돼야 한다”며 “▲사법민주화와 분권화는 물론 사법비용의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치경찰제도와 연결된 치안판사법원의 설치 ▲고등법원 단위로 변호사 선발권한 지방화 이양 그리고 적어도 국가예산의 1%는 사법서비스의 실질화를 위해 사용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전국 재판을 획일화는 거대법관인 법원행정처는 존재 이유 없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재판을 보조하는 업무의 수준을 넘어 스스로가 법관에 대한 감시·감독의 기관으로 기능하면서 전국의 법관과 그 결과로서의 전국의 재판을 평균화·획일화하는 거대법관이 돼 버렸다”며 “이런 거대조직의 법원행정처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관직급제 폐지 ▲법무·검찰의 이원화 ▲차장검세제와 부장검사제 등 검찰직급 문제 ▲변호사 진입장벽의 해소와 변호사 윤리의 확보 등도 추가적으로 병행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끝으로 “지금까지 논의됐던 사법개혁 과제들은 국민으로부터 유리되거나 혹은 국민 위에 군림해 왔던 사법·법조제도를 국민의 곁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면서 “21세기에 요구되는 사법개혁은 사법·법조제도를 국민 친화적 내지는 진정한 법률서비스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사법의 민주성, 지방분권, 사법의 개방성, 배심·참심제 등)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국 교수가 사회를 진행했으며,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사개위 전문위원),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사개위 위원), 이국운 한동대 법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김선수 변호사(사개위 위원), 임지봉 건국대 교수(사개위 전문위원) 등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