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긴급조치로 불법구금 피해…대통령 손해배상책임 없다” 왜?

항소심에서 국가배상책임 인정해 위자료 200만원 지급 판결 뒤집고 파기환송 기사입력:2015-03-26 16:35:30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에서 2013년 위헌ㆍ무효 판결이 내려진 ‘대통령 긴급조치’. 그런데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긴급조치위반을 이유로 대학생을 강제 연행해 20여일 간 불법 구금하며 조사를 했다면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이런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건 긴급조치 때문인데, 대법원은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발령한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대통령의 이런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아, 피해 대학생에게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중앙정보부 공무원의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최OO씨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8년 6월 서울 신림동 하숙집에 있었는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공무원들이 최씨를 남산에 있는 중앙정보부 건물로 끌고 갔다.

당시 만19세이던 최씨는 이곳에서 20여일 동안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구금돼 있으면서, 친구에게 유신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 등에 대한 이유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최씨는 대통령 긴급조치와 법관의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에 20여일 간이나 구금한 것은 불법구금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원고는 긴급조치위반을 이유로 중앙정보부에서 수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제5항에 ‘이 조치 위반자 및 비방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고’라고 규정돼 있고, 또한 당시 긴급조치를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긴급조치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어서, 당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심 단독판사는 최씨의 청구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기각했다.

◆ 항소심, 국가 손해배상책임 인정해 위자료 200만원 지급 판결

반면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2012년 5월 최OO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 오히려 국가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강화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를 막으며, 자유ㆍ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에 어긋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조치 제9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유신헌법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대통령이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대통령에게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유신헌법에 기초하더라도 명백히 위헌적인 내용의 긴급조치를 발령한 대통령의 행위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긴급조치의 위헌성과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해 위헌적인 긴급조치로 인해 피해를 받은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중앙정보부는 단순 긴급조치위반자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으므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이 단순히 긴급조치 제9호의 위반 혐의만을 이유로 원고를 사실상 강제 연행해 법관의 영장 없이 구금하고 수사를 한 자체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은 자신들에게 권한이 없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것으로서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되고, 또한 당시 중앙정보부의 권한 밖의 긴급조치위반자에 대한 수사를 감행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에 의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한편, 손해배상범위에 대해 “피고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당시 19세의 대학생인 원고가 심대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당시 나이와 직업, 불법 구금된 기간, 피고의 불법행위의 정도, 원고가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단기간 내에 석방된 점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는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 대법원, 위자료 책임 인정한 원심 뒤집고 손해배상책임 없다 판결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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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중앙정보부에 의해 20여일간 불법 구금됐던 최OO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2012다48824)에서 “국가는 최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ㆍ무효”라고 말했다. 이는 2013년 4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국가배상법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법 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자체로서 국가배상법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않고,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이 수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대통령의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체포ㆍ구금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나, 원고가 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체포ㆍ구금상태가 종료된 후 이 사건 소제기 시까지 30년 이상이 경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국가배상법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하급심에서 일부 견해가 나뉘었다”며 “대법원은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해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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