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출석한 기업 임원진들은 전경련으로부터 재단 출연 제의를 받고, 자금을 집행까지의 전 과정을 겪었던 이들이었다. 이날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원형 LS그룹 부사장의 증언에 대한 재판부의 의혹제기가 구자열 LS그룹 회장 개입설을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LS그룹의 재단 출연은 정치권과 여론 그리고 수사기관의 관심 밖이었다.
LS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E1을 통해 미르재단에 10억원 그리고 여섯 개 계열사가 자금을 모아 K스포츠재단에 6억원을 출연했다. 다른 주요 기업들보다 재단 출연 규모가 크지 않았고 K스포츠재단 출연의 경우 전경련으로부터 통보받은 기존 할당금액보다 1억원을 낮춘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소한의 회사 입장을 지키려 했다는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LS그룹 안부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당시 LS그룹의 재단 출연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지시라는 전경련 측의 요구 그리고 다른 전경련 회원사들도 동참한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출연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부사장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구자열 LS그룹 회장에 사전 논의나 보고가 없었고, 이광우 LS그룹 부회장의 전결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너와는 관련 없이, 전결(專決) 처리가 가능한 임원진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부사장의 해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다른 기업 출연 여부가 자금출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미르재단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른기업이 출연했다는 것만으로 출연을 결정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S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재단 출연금과는 달리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세월호 피해기금 출연의 경우에는 기금 목적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받고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자금을 출연했다. 이전에 전경련이 추진한 공헌사업에 자금을 출연한 적이 있었지만, 내부검토 등의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도욱 기자 toy1000@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