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의 국가배상소송 1심 판결을 접하며

기사입력:2023-02-10 1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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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퐁니 마을에서 응우옌티탄과 강우일 이사장.(제공=한베평화재단)
[로이슈 전용모 기자]
2023년 2월 7일, 우리 사법부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62세)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리 재판부의 판결 소식을 전해 들은 소송의 원고인 응우옌티탄은 베트남에서 첫 소감을 이렇게 알려왔습니다. ‘승소 소식을 듣고 너무도 기뻤고 즐거웠습니다. 죽은 영혼들이 저와 함께 하여 저를 응원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혼들도 이제 안식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는 너무도 기쁩니다.’ 이 소감을 접하면서 나는 2018년에 베트남 전쟁의 민간인 학살 50주기를 맞이하여 퐁니·퐁녓 마을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베트남의 한 방송 기자를 만났습니다. 그 기자는 아주 준엄한 표정으로 내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군에 의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이 구천에 떠돌고 있을 텐데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나는 그 질문을 받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한 서린 질문이고 항의어린 표현이었기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 침묵하다가 더듬거리며 겨우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납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너무 죄스럽고, 뭐라고 사과를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 드릴 뿐입니다.’

5년 전 내게 질문을 던진 그 방송 기자나 이번 승소 소식을 접한 응우옌티탄 씨나 그들 가슴에는 비명에 간 수많은 영혼들의 고통과 원한의 상처가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군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저질러진 마을들 중에는 소위 ‘증오비’라는 것이 세워진 곳이 있습니다. 증오비의 비문에는 죄 없는 주민들을 무참히 살해한 한국군에 대한 증오와 저주의 비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베트남 정부가 개방 정책을 택하고 한국과 정부와 수교를 하게 되었고, 증오비가 사라지거나 위령비로 바뀌는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추도시설의 형식과 언어에 변화가 있었을 뿐 그들의 영혼 속에 깊이 새겨진 상처는 덮어지지도 치유되지도 않았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1968년 2월 12일, 퐁니 마을의 8세 어린 소녀였던 응우옌티탄은 한국군의 주민들을 향한 무차별 총격을 받고 복부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이 학살 사건에서 그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응우옌티탄 씨는 2015년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습니다. 2018년에는 베트남 시민평화법정의 증인으로서 증언대에 섰고, 2019년에는 청와대를 방문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103인의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유가족의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2020년 4월부터 국가배상소송이 시작되었고,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대한민국의 책임을 인정하며 국가가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로 사법부가 내린 국가배상 판결은 우리가 타국에 가서 민간인에게 저지른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수용하겠다는 겸허하고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이는 전쟁범죄에 관하여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적 통념을 우리 사법부가 수용한 양식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되어 우리나라 역사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되리라 봅니다. 스스로를 가해자로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는 일은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가장 먼저 밟아야 할 첫 번째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과 베트남은 상당한 교역과 교류가 진전되어 베트남에 체류하는 한국인이 15만 명 있고, 또 한국에도 거의 비슷한 수의 베트남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양국 간의 무역 총액은 급증하였고, 한류와 스포츠 분야의 교류도 활성화되어 친선관계가 크게 증진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비록 반세기 전 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베트남 사람들의 영혼에 남긴 깊고 쓰라린 상처는 결코 아물거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제국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80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후유증이 더 굳게 딱지가 되어 우리 가슴에 고착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잘못하면 비슷한 상처를 베트남에 안겨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참된 평화를 만들어 가는 성숙한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외면하지 말고 치유하고 어루만지는 정직과 겸손과 용기를 행동해야 합니다. 이번 우리 사법부의 판결은 그 작은 초석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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