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소량이라도 회사 비품을 집에 가져간 경우 엄밀히 따지자면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고 비품을 관리하는 직원의 경우라면 업무상횡령죄의 책임도 지게 될 수 있다.
또한 기업이나 단체의 대표라 하여도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처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한다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횡령 사건은 비단 기업의 운영자에게서만 일어나는 범죄가 아니다. 공사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시공사 직원이 구속기소 되는가 하면, 은행권에서도 횡령사고가 잦아지면서 금감원이 거액뿐 아니라 소액의 횡령사고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경제범죄는 처벌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환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법무법인 남헌의 형사전문 안상일 변호사는 “기업의 횡령도 문제가 되지만 중종이나 동호회 등의 모임, 개인 간의 거래 등에서도 횡령 사건이 발생한다”면서 “의도적으로 횡령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오해로 인해 사건화 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떤 이유이든 간에 횡령 등의 경제범죄는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하였다.
형법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횡령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안상일 변호사는 “업무상횡령죄는 형법상 규정된 형량도 있지만 특별법에 기해 가중 처벌될 수 있다”며 “경제범죄는 규범적 판단이 필요한 구성요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구성요건에 대한 법적 주장을 제기할 것인지,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여 불기소처분을 목표로 방어할 것인지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횡령죄는 피해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데 특정경제범죄법에서는 횡령한 재물의 가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만약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업무상횡령죄는 피해자가 고소고발을 미루거나, 수년간 기업의 내부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공소시효를 넘겨 발각되는 일이 적지 않으며, 공소시효 만료를 노리고 국외로 도피하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달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사건도 있었는데, 형사소송법에서는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했다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정지되면 국내 입국 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안상일 변호사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을 목적으로 국외도피를 했거나 공범 중 1인에게만 공소제기가 되었어도 공소시효는 정지될 수 있다”며, “실제 공소시효 도과로 불기소 또는 면소 판결이 내려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하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