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장애인의 시각서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돼"

기사입력:2021-02-26 16: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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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 이와 달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광주고법)에 사건을 환송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도4404 판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 또는 강제추행의 죄를 범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러한 사람을 간음한 사람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사건 당시 시행되던 성폭력처벌법(2020. 5. 19. 법률 제172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ㆍ강제추행 등)

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③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간음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피해 여성은 소아마비를 앓아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보정신발을 착용하더라도 다리를 절면서 걸어야 하며, 오른쪽 눈 역시 사실상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이 사건 당시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피고인은 옆집에 살던 피해 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제추행, 강간 등을 저질렀고, 검사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를 적용해 장애인강제추행, 장애인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예비적으로 일반 강제추행, 강간 등으로도 기소했다.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장애인강제추행, 장애인강간 등이 성립하지 않고 일반 강제추행, 강간 등이 성립한다고 보아 이에 대해서만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원심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에 해당하려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피해자에게 그러한 장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그와 같은 장애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쟁점은 피해여성이 성폭력처벌법 제6조의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했다.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 별로 그 모습과 정도에 차이가 있는데 그러한 모습과 정도가 성폭력처벌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되므로 신체적인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피해자의 상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의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의 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의 의미와 범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특히 위와 같은 성폭력처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장애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자칫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되고,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권리보호 등에 충실한 판결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