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킨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중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불심검문 관련 규정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에 따라 이런 의견을 검토했다.
현행법상 불심검문은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통행인 등에 대해 범죄예방 등의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절차와 직결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대상자의 동의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따라서 예외적으로 ‘행정상 즉시강제’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영장주의의 준수, 진술거부권 고지 등 적법절차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런 입장에서 개정안 내용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경찰관 직무집행의 기본원칙인 경찰최소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대상자가 경찰관의 신원확인을 거부할 수 있음이 명시돼야”
하지만 인권위는 “신원확인이 허용될 경우 사회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금지된 집회시위가 예정돼 있을 경우 경찰관들의 임의적이고 재량적인 판단에 따라 상당수의 국민이 신원확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일반 시민들의 장소이동의 자유에 대한 심리적 위축은 현저한 반면에 이를 통한 범죄예방의 효과는 예측적인 것에 불과해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관의 직무질문에 의해 구체적인 사회적 위해행위가 드러날 경우에는 현행범체포, 긴급체포, 행정상 즉시강제 등 다른 제도에 의한 사회적 위해 방지가 가능하므로 신원확인에 의한 공익보호가 그로 인해 제한되는 사익보다 우월하거나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따라서 개정안에서 신원확인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신원확인이 법률적으로 강제절차로 진행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대상자가 경찰관의 신원확인을 거부할 수 있음이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지품 검사 규정은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 허용”
그러나 개정안은 현행법의 범위를 훨씬 넘어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흉기 이외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의 소지 여부도 조사할 수 있도록 대상물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의 ‘차량 등의 적재물 검사에 관한 규정’도 경찰관이 “범인의 검거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경찰관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검사 대상을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소지품 검사 조항은 실무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만연하게 할 우려가 있고, 적재물 검사 규정은 사실상 경찰관이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자동차의 내부 및 트렁크, 적재물 등을 아무런 제한 없이 검색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두 규정은 범죄 예방을 위한 행정경찰작용을 하는 경찰관에게 압수수색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반해, 대상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