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관들, 민변 변호사들 상대 ‘명예훼손’ 6억 패소 왜?

국정원 직원조차 모르는 소송…소송대리인 적법한 위임 의심…패소 소송비용 소송대리인 부담 기사입력:2014-11-29 12:37:16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간첩사건 서울시공무원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의 이른바 ‘양심고백’ 기자회견을 열었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3명을 상대로 총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3개 있다. 기본적으로 재판부는 이번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했는데,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소송대리인(법무법인)이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적법하게 위임받았는지에 대해 재판부로부터 의심을 받았다. 원고인 국정원 직원들의 주민등록번호도 특정되지 않고, 도장 인영도 위임장 제출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등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국정원 직원조차 자신이 소송을 낸 당사자임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부는 각하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비용을 원고의 소송대리인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대부분 패소한 측에 부담시키는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인 국정원 직원들이 아닌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에 부담시킨 것이다.

이는 소송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소가 소송대리권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부적법한 것임을 이유로 각하할 수 있고, 이때 소송비용은 소송대리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정리하면 이번 소송을 대리한 원고의 소송대리인(법무법인)은 재판부로부터 정당한 소송대리권이 있음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각하 결정이 내려졌고, 소송비용도 부담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령 이번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정보원 수사관’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4년 4월 대한민국에 입국해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유우성씨.

그런데 유씨의 여동생인 유가려씨는 2012년 10월 대한민국에 입국해 국가정보원 산하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유우성이 북한에 밀입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국정원은 유가려의 진술 등을 근거로 2013년 1월 유우성씨를 간첩 등의 혐의로 체포ㆍ구속해 수사했다.

이후 유우성씨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13년 8월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권법위반죄 등 다른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서울고법도 지난 4월 25일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지난4월항소심인서울고법에서도간첩혐의에대해무죄판결을받은직후민변사무실에서기자회견을갖는양승봉변호사(좌),김용민변호사,유우성씨.
▲지난4월항소심인서울고법에서도간첩혐의에대해무죄판결을받은직후민변사무실에서기자회견을갖는양승봉변호사(좌),김용민변호사,유우성씨.


그런데 유가려씨가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다가 민변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2013년 4월 26일 인신보호법상의 구제청구절차를 통해 합동신문센터를 나오게 되자, 변호사들은 다음날 민변 사무실에서 유가려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유가려가 합동신문센터에서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들로부터 회유ㆍ협박ㆍ폭행 등을 당해 오빠 유우성이 간첩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거짓진술을 했다”는 내용이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장경욱, 양승봉, 김용민 변호사가 함께 했다.

이에 국정원 직원 3명은 “유가려를 회유ㆍ협박ㆍ폭행하거나 감금한 사실이 없음에도, 변호사들이 비방할 목적으로 ‘유가려를 회유ㆍ협박ㆍ폭행ㆍ감금해 유가려가 합동신문센터에서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국가정보원 수사관인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따라서 원고들에게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로 각 2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뜻밖의 소송을 당한 장경욱ㆍ양승봉ㆍ김용민 변호사는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이 원고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위임받지 않고 이 사건 소를 제기했으므로, 이 사건 소는 소송대리권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지난4월항소심인서울고법에서도간첩혐의에대해무죄판결을받은직후민변사무실에서기자회견을갖는유우성씨.천낙붕변호사,장경욱변호사
▲지난4월항소심인서울고법에서도간첩혐의에대해무죄판결을받은직후민변사무실에서기자회견을갖는유우성씨.천낙붕변호사,장경욱변호사


◆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국정원 직원 3명이 민변 변호사 3명(장경욱ㆍ양승봉ㆍ김용민 변호사)을 상대로 낸 총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520274)에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또한 소송비용은 원고(국정원 직원 3명)들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존부는 법원의 직권조사 사항이고 소송대리인으로서 소를 제기한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그 소가 소송대리권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부적법한 것임을 이유로 각하할 수 있고, 이때 소송비용은 그 소송대리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997년 9월 22일 대법원 판결(97마1574) 내용이다.

재판부는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소를 제기하면서 원고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특정하지 않은 채 주소 역시 개인주소로 보기 어려운 (우체국)사서함을 기재했고, 소송대리인이 제출한 소송위임장에는 위임인 표시란에 원고들의 이름 뒤에 날인된 원고들의 인영은 타원 안에 이름이 새겨진 형태로 원고들의 이름만 달리할 뿐 그 크기와 모양이 단순하고 일정해 위임장 작성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원고인 국정원 직원 Y씨는 소 제기일 이후인 2013년 6월 5일 열린 관련 사건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변한 점에 주목했다. 이에 피고들 소송대리인이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소송대리권이 의심스럽다”며 “누구로부터 소송의뢰를 받고 수임료 및 인지대 등을 받았는지”에 관해 석명을 구했다.

재판부는 “원고들 소송대리인에게 주소보정명령을 했음에도, 소송대리인은 원고들의 주소에 관해 소송대리인 주소를 송달장소로 보정하면서 소장에 첨부한 소송위임장에 소송대리인 스스로가 인증한 인증서만을 제출한 채, 국가정보원법 등에 따라 원고들의 신분을 노출할 수 없다고만 할 뿐,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 원고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수여받았음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 소송대리인이 제출한 소송위임장 및 인증서만으로는 소송대리인이 원고들로부터 소송대리권을 적법하게 위임받았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소송대리인이 원고들로부터 적법하게 소송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기자회견의 내용이나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라는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원고들이 기자회견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피해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명예훼손 주장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에는 원고들의 실명이나 얼굴, 직책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원고들을 추단할 수 있을 만한 신체적 특징 기타 어떠한 표현도 사용되지 않아 주위 다른 사정과 종합해 보더라도,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원고들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수사관이라는 집단의 크기, 그 집단 내에서 원고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가정보원의 조직 및 구성, 업무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보면, 기자회견의 내용만으로는 유가려를 조사했던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원고들임을 추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기자회견에서 사용된 ‘국가정보원 수사관’이라는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집단 내 개별구성원인 원고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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