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데이트폭력 가해자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규탄

기사입력:2018-01-12 16:37:43
[로이슈 전용모 기자]
한국여성의 전화는 12일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의정부지법 재판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고충정 부장판사)는 11일 주먹으로 피해여성의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는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며 피해자 유족 모두 피고인을 용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는 등 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의 전화는 "고심을 했다는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교정과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처분조차 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었다. 피고인에게 지극히 공감하며 용서하고, 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한 것은 다름 아닌 재판부이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남편으로부터 지속·반복적인 폭언과 폭행, 강간, 외도 등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을 당해 온 여성이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들을 수없이 목격하고 지원해왔다. 사법부는 피해여성들의 방위행위를 단 한 번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들에게 폭력을 피하지 못한 책임을 지우며, 계획적, 잔혹한 범행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반복해왔다"며 "이번 판결처럼 남편이나 애인의 외도가 우발적인 살인범행과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 따위가 될 수 있었다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정당방위사건에서 실형을 받을 피해여성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고 항변했다.

또한 "도대체 이 나라의 사법부가 그토록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우발적’인 범행은 무엇인가.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누가 용서하는가. 피해자가, 유족이 용서하면, 국가는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를 묻고 "사법부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성차별로 점철된 판결들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가해자들이 매번 지껄이는 피해자 비난과 책임전가의 변명들에 공감하고 이를 받아쓰는 판결들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